“잠든 보리 깨울 시간”~함평 들녘, ‘황금 알곡’ 골든타임

2026-02-20 08:40

겨울잠 깬 보리·밀, 지금 관리 안 하면 한 해 농사 ‘도로아미타불’
습해 막는 ‘배수로 정비’가 1순위… 질소 비료는 ‘약’이자 ‘독’
문정모 소장 “붉은곰팡이병 주의보… 예찰만이 살길이다”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함평의 들녘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언 땅이 녹고 기온이 오르면서 보리와 밀 등 맥류(麥類)가 다시 성장을 시작하는 ‘생육 재생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올해 수확량의 성패가 갈린다.

맥류 생육 재생기 작물 재배 현장
맥류 생육 재생기 작물 재배 현장

함평군 농업기술센터는 20일, 본격적인 생육 재생기를 맞아 지역 내 맥류 재배 농가들을 대상으로 긴급 현장 지도에 나섰다. 휴면기를 끝낸 작물들이 영양분을 빨아들여 이삭을 틔우는 결정적인 순간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세심한 관리가 요구된다.

◆물길 터주고 숨통 틔워라… ‘습해’와의 전쟁

센터가 가장 강조하는 첫 번째 수칙은 ‘물 관리’다. 겨울철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배수가 불량한 논과 밭은 작물에게 치명적인 ‘습해’를 입힐 수 있다. 뿌리가 물에 잠기면 활력이 떨어지고 결국 수확량 감소로 직결된다.

센터 관계자는 “고랑을 정비해 물이 고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뿌리가 숨을 쉬어야 알곡이 차오른다”고 조언했다. 배수로 정비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 작물의 생명선을 지키는 일이다.

◆비료, 주되 과하지 않게… ‘과유불급’의 미학

생육이 더딘 밭에는 영양 주사가 필요하다. 요소 등 질소질 비료를 적절히 뿌려주면 초기 성장을 촉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다. 욕심을 부려 비료를 너무 많이 주면 오히려 작물이 웃자라 비바람에 쉽게 쓰러지는 ‘도복’ 피해를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생육 상태를 꼼꼼히 살피고, 딱 필요한 만큼만 웃거름을 주는 것이 고수(高手)의 농사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병해충의 습격 대비하라… ‘예찰’이 최선

기온이 오르면 작물만 깨어나는 것이 아니다. 붉은곰팡이병, 흰가루병 등 불청객들도 함께 활동을 시작한다. 포장 내 생육이 불균형하거나 잎 색깔이 이상하다면 즉시 원인을 파악하고 맞춤형 방제에 나서야 한다.

문정모 함평군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지금 이 시기는 농부의 발자국 소리가 가장 필요한 때”라며 “배수 관리와 적기 시비, 병해충 예찰이라는 기본 원칙만 지켜도 올가을 풍성한 수확을 기대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함평군의 황금빛 가을을 위한 농심(農心)의 분주한 봄맞이가 시작됐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