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인공 정원으로, 역사적 가치와 아름다운 풍경을 동시에 가진 숨겨진 명소가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고즈넉한 분위기 덕분에 사계절 내내 사랑받는 국내 여행지를 소개한다.

충남 부여군 부여읍 궁남로에 자리한 '궁남지'다. 이곳은 백제 무왕 때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 정원으로, 백제 무왕(서동)과 신라 선화공주의 국경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가 깃든 장소로도 유명하다. 삼국사기에는 무왕 35년에 궁의 남쪽에 못을 파고 20여 리 밖에서 물을 끌어다 채웠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당시 백제의 뛰어난 조경 기술은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정원 문화의 기틀이 되었다고 알려질 만큼 화려한 솜씨를 자랑했다. 마른 버드나무 가지가 하늘을 향해 치솟은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은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궁남지는 2025~2026년 한국관광 100선은 물론 야간관광 100선, 대한민국 밤밤곡곡 100선에도 이름을 올리는 등 부여의 핵심 여행 코스로 자리잡았다.

궁남지 한가운데에는 정자가 세워져 있다. 나무다리를 통해 건너갈 수 있는 이곳은 포룡정으로 '용을 품었다'는 뜻을 갖고 있다. 포룡정에서 바라보는 연못의 전경이 아름다워 궁남지의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특히 매년 7월쯤이면 백련, 수련, 홍련 등 온갖 종류의 연꽃이 만개해 장관을 이룬다.
연꽃이 가장 화려하게 피는 시기인 7월 초~중순 사이에 개최되는 '부여 서동 연꽃축제'는 2003년 제1회를 시작으로 매년 개최돼 왔다. 축제에선 궁남지 약 10만 평 부지에 피어난 60여 종의 다양한 연꽃을 만날 수 있다. 홍련, 백련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희귀한 빅토리아 연꽃, 가시연, 수련 등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야간이다. 밤에는 연지 곳곳에 미디어 아트와 화려한 조명이 설치돼 마치 동화 속의 다리를 걷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서동과 선화공주의 사랑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뮤지컬이나 수상 멀티미디어 쇼도 축제의 백미로 꼽힌다. 이 밖에 연꽃 사이사이를 카누를 타고 이동하거나, 백제 의상을 입고 축제장을 거니는 특별한 체험도 즐길 수 있다.

겨울철 궁남지는 마른 연꽃 줄기와 버드나무의 가지가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눈이 내리면 줄기 위로 하얀 눈이 쌓이면서 뚜렷한 대비를 드러낸다. 해 질 무렵 풍경도 빼놓을 수 없다. 붉은 노을이 포룡정 주변에 내려 앉으면 물반영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궁남지는 누구나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경부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를 경유해 약 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네비게이션에 '궁남지' 또는 '서동공원 주차장'을 입력한 뒤 출발하면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부여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도보로 약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KTX 공주역에서 하차 후, 부여행 버스나 택시를 이용하면 약 30분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