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불닭 제치고 당당히 1위…외국인들에게 불티나게 팔린다는 의외의 '한국 라면'

2026-02-18 16:53

18만 중국인 관광객, 서울역 대형마트의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상
한국 일상 식문화가 기념품으로, 유커 맞춤형 마케팅 전략의 성공

이번 설 연휴 기간 18만 명이 넘는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 유통업계가 외국인 맞춤형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라면을 구입하고 있다.  / 뉴스1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라면을 구입하고 있다. / 뉴스1

특히 지리적 요충지인 서울역 인근 대형마트는 귀국 전 쇼핑을 즐기는 관광객들을 위해 매장 입구부터 주요 동선에 인기 상품을 전면에 배치하며 매출 증대를 꾀하고 있다. 이는 내수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대형마트의 새로운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주는 사회적 현상이다.

한국의 일상 식문화를 재해석한 협업 상품의 인기

롯데마트와 식품업계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제품 개발과 행사 기획에 주력하고 있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 내부에는 K-푸드 전용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얻는 품목은 신라면이나 불닭볶음면 같은 기존의 유명 제품이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제품은 오로지 한국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특화 상품들이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의 구매 유형을 분석해 보면 단순히 맵거나 자극적인 맛을 찾는 단계를 넘어, 한국인의 일상적인 식사 메뉴를 경험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오뚜기와 롯데마트가 협업해 출시한 '옛날 매콤잡채'는 특정 점포에서 라면 부문 판매 1위를 기록하며 이러한 추세를 입증했다. 잡채는 조리 과정이 복잡한 전통 음식이지만, 이를 간편식 형태로 구현해 외국인들이 가정에서도 한국의 맛을 재현할 수 있게 한 점이 주효했다.

옛날 매콤잡채 / 오뚜기
옛날 매콤잡채 / 오뚜기

또한 팔도와 양반이 협업한 '미역국라면' 역시 외국인 특화 매장에서 판매량 상위권을 차지했다. 미역국은 한국의 생일 문화나 산후조리 정서가 담긴 음식으로, K-콘텐츠를 통해 한국 문화를 접한 외국인들에게 호기심과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고유의 음식 문화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 외국인들의 지갑을 여는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시각적 요소와 편의성을 강조한 패키지 전략

식품 기업들은 제품의 맛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디자인과 구성에도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광화문 디자인과 일월오봉도를 담은 '빼빼로 에디션'을 선보여 관광객들이 먹거리를 기념품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이는 단순한 간식을 넘어 한국 방문을 증명하는 소장 가치를 부여한 사례다.

삼양식품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은 '불닭볶음면' 시리즈를 모은 '오로지 세트'를 통해 선물용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여러 종류의 제품을 일일이 고르는 번거로움을 줄여주는 세트 구성은 단시간에 쇼핑을 마쳐야 하는 관광객들의 구매 패턴을 정확히 파악한 결과다. 실제로 명절이나 연휴 기간에는 단품보다 이러한 기프트 세트의 판매 비중이 급격히 상승하는 양상을 보인다.

외국인 매출 비중 40%를 뒷받침하는 인프라 구축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라면을 구입하고 있다. / 뉴스1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라면을 구입하고 있다. / 뉴스1

서울역 인근 매장의 외국인 관광객 매출 비중이 40%에 달하는 이유는 상품 구성 외에도 철저한 맞춤형 서비스 인프라에 있다. 매장 내 모든 안내문은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개 국어로 제공되어 쇼핑의 편의성을 높였다. 또한 알리페이와 유니온페이 등 외국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글로벌 결제 수단을 전면 도입해 결제 과정에서의 불편함을 제거했다.

특히 국제 택배(EMS) 서비스 데스크를 매장 내부에 설치하고 유창한 외국어 구사가 가능한 직원을 배치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관광객들이 대량으로 물건을 구매하더라도 공항 이동 및 귀국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류 부담을 줄여주는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인당 평균 구매 금액(객단가)을 높이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유통 매장의 역할 변화와 사회적 의미 분석

오뚜기의 ‘쇠고기미역국 라면’ / 오뚜기
오뚜기의 ‘쇠고기미역국 라면’ / 오뚜기

이러한 현상은 국내 대형마트가 단순한 소매점을 넘어 한국 식문화를 전파하는 거점이자, 글로벌 시장 진입 전 소비자 반응을 살피는 테스트 베드로 진화했음을 의미한다. 내수 소비가 위축된 사회 구조 속에서 유통 기업들은 외국인 관광객이라는 외부 수요를 끌어들여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설 연휴와 같은 특정 시기에 맞춰 유커를 겨냥한 행사 제품을 전면에 배치하는 전략은 데이터 기반의 치밀한 마케팅 성과다. 과거에는 김이나 라면 등 몇몇 품목에 집중되었던 소비가 현재는 잡채, 미역국, 전통 문양 패키지 과자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는 점은 한국 식문화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음을 시사한다.

앞으로도 유통업계는 국가별 관광객의 구매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하여 단독 협업 상품(PB)을 확대하고, 기술적인 결제 및 배송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한국의 유통 산업이 로컬의 한계를 벗어나 글로벌 관광 서비스 산업과 밀접하게 결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객관적인 지표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