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하나 건넜을 뿐인데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곳이 있다. 한때는 열차가 달리던 철길이었지만 지금은 사람과 자전거만 오가는 강 위 산책로로 변신한 장소. 입장료 없이 누구나 걸을 수 있는데, 막상 올라서면 웬만한 유료 전망대 못지않은 풍경이 펼쳐진다. 서울 근교에서 색다른 강변 산책을 찾는다면 한 번쯤 가볼 만한 곳, 양수철교다.

양수철교는 운길산역과 양수역을 잇는 교량으로, 현재는 중앙선 열차가 이용하는 새 교량이 나란히 서 있다. 1939년 4월 1일 개통한 구 북한강철교는 한국전쟁 초기 파괴됐다가 1952년 2월 복구됐고, 2008년 중앙선 복선 전철 개통과 함께 지금의 신 교량이 역할을 이어받았다. 옛 철교는 철로의 흔적을 간직한 채 남한강 자전거길의 일부로 재탄생해 자전거 전용도로이자 보행 산책로로 활용되고 있다.
다리 위에 서면 양옆으로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한쪽에서는 경의중앙선 전동열차가 지나가고 타이밍이 맞으면 KTX 이음이나 ITX-마음 같은 열차가 강 위를 가로지르는 장면도 볼 수 있다. 강물 위를 스치듯 달리는 열차와 철제 교량이 만들어내는 장면은 이곳만의 묘미다. 철도 사진을 찍는 이들이 일부러 시간을 맞춰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금만 시선을 넓히면 두물머리와도 가까운 지리적 특징이 드러난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지점 인근에 자리해, 날씨가 맑은 날에는 물길이 합쳐져 흐르는 장면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넓게 트인 강폭과 부드럽게 이어지는 산 능선이 어우러져 서울 근교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시원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산책 코스로도 부담이 적다. 경사가 거의 없어 남녀노소 걷기 좋고, 자전거 이용객과 보행자가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정비돼 있다. 다리 중간에는 능내역 인증센터와 양평군립미술관 인증센터가 있어 라이딩 인증 스탬프를 찍고 쉬어가기 좋다. 다리 끝에도 인증 도장이 마련돼 있어 자전거 여행 코스로 인기가 높다.
시간대에 따라 분위기도 크게 달라진다. 낮에는 햇빛을 머금은 강물이 반짝이고, 노을이 질 무렵에는 물빛이 주황빛으로 물들며 한층 더 감성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밤이 되면 다리 난간 조명이 물 위에 길게 비치고 멀리 열차 불빛이 스쳐 지나가며 또 다른 야경을 완성한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이곳이 여러 영상 콘텐츠의 촬영지로 활용됐다는 점이다. 걸그룹 여자친구의 ‘너 그리고 나’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이 철제 교량 위에 서 있던 장면이 바로 이 다리에서 촬영됐다. 실제로 같은 구도를 배경 삼아 사진을 남기려는 방문객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이 다리는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서도 저승과 이승을 잇는 상징적 공간인 ‘삼도천교’ 장면의 배경으로 등장하며 드라마 속 판타지 공간으로 재해석됐다. 음악과 드라마를 통해 대중에게 각인된 덕분에 단순한 산책로를 넘어 ‘영상 속 그 장소’를 직접 걸어볼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운길산역과 양수역 주변에는 주차장이 마련돼 접근성도 무난하다. 다만 겨울철에는 강바람이 매우 차가워 체감온도가 크게 떨어지니 보온에 유의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