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기후 위기와 고물가라는 이중고 속에, 지방 소멸 위기까지 겹친 농촌이 생존을 위한 골든타임을 맞고 있다. 이러한 절박함 속에서 전남 함평군이 2027년도 농업 예산 확보를 위한 대대적인 드라이브를 걸었다. 단순한 현상 유지를 넘어, 농업의 판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888억 원 규모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농촌의 '기초체력'을 키운다… 36개 사업 확정
함평군은 지난 13일 군청 소회의실에서 열린 정책심의회를 통해 내후년도(2027년) 국비 확보를 위한 전략을 최종 확정했다. 이상익 군수와 농업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치열한 논의 끝에 도출한 결론은 '선택과 집중'이었다.
이번에 확정된 예산안은 총 5개 분야, 36개 세부 사업으로 구성됐다. 주목할 점은 예산의 배분이다. 관행적인 보조금 지급보다는 농촌의 정주 여건 개선과 산업 구조 고도화에 무게가 실렸다. 이는 농업을 단순한 1차 산업이 아닌, 지속 가능한 미래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식량·원예 분야에 344억 투입… '스마트 농업' 가속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역시 식량과 원예 분야다. 전체 예산의 약 40%에 달하는 344억 원이 이 분야에 집중됐다. 17개 세부 사업을 통해 고부가가치 작물 육성과 생산 시설 현대화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히 기후 변화로 인한 작황 부진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스마트팜 보급 확대와 기후 적응형 품종 육성 등이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생산'에서 '유통'으로… 부가가치 창출에 111억 배정
"잘 키우는 것만큼 잘 파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예산안에서 눈여겨볼 또 다른 대목은 유통 분야에 대한 투자다. 군은 유통 혁신을 위해 4개 사업에 111억 원을 배정했다.
이는 산지 유통 시설을 확충하고, 온·오프라인 판로를 다변화하여 농가 소득을 실질적으로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생산자가 제값을 받고 소비자는 믿고 먹을 수 있는 유통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함평군의 복안이 엿보인다.
◆농촌 개발과 축산·임업의 균형 발전 도모
이 외에도 농촌의 정주 환경을 개선하는 개발 분야에 313억 원(10개 사업)을 투입해 '살고 싶은 농촌'을 만드는 데 주력한다. 또한 축산 분야(2개 사업, 104억 원)와 임업 분야(3개 사업, 16억 원)에도 예산을 안배하여 농업 전반의 균형 발전을 꾀했다.
이상익 함평군수는 "이번 예산 신청안은 현장의 목소리를 십분 반영한 결과물"이라며 "전남도와 중앙부처를 끈질기게 설득해, 계획된 사업들이 2027년에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888억 원의 예산 전쟁이 함평 농업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