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 지나고 나면 냉장고 안에는 조금씩 남은 나물 반찬이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설날 차례상에 올리기 위해 넉넉히 준비한 고사리, 시금치, 도라지, 콩나물 나물은 막상 명절이 끝나면 손이 덜 간다. 그대로 다시 데워 먹기에는 맛이 비슷해 쉽게 물리고, 그렇다고 오래 두자니 나물은 수분이 많아 상하기 쉽다. 이럴 때 남은 나물을 한 번에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나물 냄비밥’이다.
나물 냄비밥은 특별한 재료를 더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간이 되어 있는 나물을 활용해 밥과 함께 지어내는 방식이어서 조리 과정이 비교적 간단하다. 동시에 나물의 식감과 향이 밥알에 스며들어 전혀 다른 한 끼 메뉴로 완성된다. 남은 반찬을 재활용한다는 개념을 넘어 하나의 별미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먼저 나물의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관 기간이 2~3일을 넘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신맛이나 이상한 냄새가 나지 않는지 살핀다. 물기가 지나치게 많은 나물은 한 번 가볍게 볶아 수분을 날려주는 것이 좋다. 특히 콩나물이나 시금치는 그대로 넣으면 밥이 질어질 수 있으므로 팬에서 수분을 한 차례 정리해 두는 과정이 필요하다.
쌀은 평소보다 약간 적은 물로 준비한다. 나물에서 추가로 수분이 나오기 때문이다. 쌀을 씻어 20~30분 정도 불린 뒤 냄비에 안친다. 물은 평소 밥 지을 때보다 10퍼센트가량 줄이는 것이 적당하다. 이후 준비한 나물을 잘게 썰어 고루 섞는다. 길이가 긴 고사리나 도라지는 3~4센티미터 정도로 잘라야 밥과 어우러지기 쉽다.
냄비 바닥에 쌀을 평평하게 펴고 그 위에 나물을 고르게 올린다. 처음부터 쌀과 나물을 완전히 섞기보다는 층을 나누는 것이 좋다. 그래야 밥이 고르게 익고 바닥이 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중불에서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줄여 10분가량 더 익힌다. 이때 뚜껑을 자주 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증기가 빠져나가면 밥이 설익을 수 있다.
불을 끈 뒤에는 5분 이상 뜸을 들인다. 뜸을 들이는 과정에서 나물 향이 밥에 충분히 스며든다. 이후 주걱으로 아래에서 위로 뒤집듯이 섞어준다. 이때 바닥에 살짝 눌어붙은 누룽지가 생겼다면 긁어 함께 섞어도 좋다. 누룽지는 고소한 풍미를 더해준다.

간은 이미 나물에 배어 있는 경우가 많지만, 싱겁게 느껴질 경우에는 간장과 참기름, 다진 파를 섞은 양념장을 곁들인다. 고추장을 약간 넣어 비벼 먹어도 좋다. 남은 나물이 여러 종류일수록 맛의 층이 다양해진다. 고사리의 깊은 향, 시금치의 부드러움, 도라지의 아삭함, 콩나물의 고소함이 한데 어우러져 새로운 풍미를 만든다.
주의할 점은 나물의 간 세기다. 이미 짭짤하게 무쳐진 나물을 그대로 많이 넣으면 밥 전체가 짜질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일부 나물을 물에 살짝 헹군 뒤 물기를 꼭 짜 사용하면 간을 조절할 수 있다. 또한 냄비밥은 불 조절이 관건이므로 센 불에서 오래 끓이지 않도록 한다. 바닥이 탈 경우 쓴맛이 배어 전체 맛을 해칠 수 있다.
나물 냄비밥은 남은 반찬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동시에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명절 이후 반복되는 상차림에 변화를 주고 싶을 때도 활용도가 높다. 한 그릇에 담아내면 보기에도 단정하고, 별도의 반찬 없이도 한 끼 식사가 완성된다.
설 명절 뒤 냉장고 속 나물을 고민 없이 처리하는 방법으로 나물 냄비밥은 실용적인 선택이 된다. 남은 음식을 새롭게 조합해 또 다른 한 끼로 재탄생시키는 방식은 명절 이후의 식탁을 보다 간편하고 풍성하게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