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전남 보성군의 한 시골 마을, 모두가 들뜬 마음으로 설 연휴를 준비하던 섣달그믐(16일) 오후. 인적 드문 도로변에서 홀로 묵묵히 허리를 굽히던 한 중년 남성의 모습이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그 주인공은 정년퇴임을 불과 몇 달 앞둔 임윤모 보성군겸백면장이다.
#텅 빈 도로, 홀로 채운 책임감
지난 설 연휴 직전, 김철우 보성군수는 지역 순찰 차 관내를 돌던 중 뜻밖의 광경을 목격했다. 겸백면 수남리 오도재 인근 도로에서 누군가 부지런히 쓰레기를 줍고 있었던 것. 차를 세우고 확인해 보니, 다름 아닌 임윤모 면장이었다.
그의 차량 트렁크는 이미 아침부터 수거한 쓰레기봉투로 가득 차 있었다.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에게 깨끗한 고향의 풍경을 선물하고 싶었던 면장의 소리 없는 배려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장면이었다.
#"직위가 아닌 실천으로"… 공직 사회의 귀감
김 군수는 이 모습을 자신의 SNS를 통해 공유하며 감동을 전했다.
김 군수는 "트렁크에 가득 쌓인 쓰레기를 보며 가슴이 울컥했다"며 당시의 심경을 밝혔다.
특히 임 면장이 건넨 한마디는 공직 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그는 "올해 6월 정년을 앞두고 있지만, 마지막 공직 생활을 고향인 겸백면에서 마무리할 수 있어 오히려 감사하다"며 쑥스러워했다고 한다. 직위의 높고 낮음을 떠나, 자신이 맡은 지역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행동으로 발현된 순간이었다.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운 리더십
임 면장의 선행은 보여주기식 행정이 만연한 시대에 '진짜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시사한다. 말로만 외치는 구호가 아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주민을 위해 땀 흘리는 '실천하는 행정'의 표본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김철우 군수 역시 임 면장의 모습에서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임 면장님의 행동에서 직위가 아닌 책임, 말이 아닌 실천의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저 또한 800여 공직자와 함께 더욱 낮은 자세로 군민 곁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훈훈함으로 시작된 보성군의 새해
임 면장의 헌신과 이를 놓치지 않고 격려한 김 군수의 소통은 지역 사회를 훈훈하게 달구고 있다. 주민들 역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는 공무원들이 있어 든든하다",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져 마음이 따뜻해진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년을 앞둔 노장(老將) 공무원의 묵묵한 솔선수범이 보성군의 새해를 그 어떤 화려한 행사보다도 밝고 희망차게 열어젖히고 있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하는 그의 뒷모습은 오랫동안 지역 사회에 깊은 향기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