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음식은 단연 떡국이다. 뽀얀 국물에 동그랗게 썬 떡이 떠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새해의 상징이다. 하지만 명절마다 반복되는 고민이 있다. 바로 “떡이 불지 않게, 국물은 탁해지지 않게 어떻게 끓일까” 하는 문제다.
최근에는 이 고민을 해결하는 의외의 방법으로 ‘버터 한 조각’이 주목받고 있다. 전통 음식에 서양 식재료라니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알고 보면 과학적으로도 충분히 설득력 있는 조합이다.

■ 떡국에 버터를 넣으면 왜 좋을까
떡국이 쉽게 불어버리는 이유는 떡 속 전분 때문이다. 떡국떡은 쌀 전분으로 만들어져 뜨거운 국물에 오래 담겨 있으면 수분을 빠르게 흡수한다. 이 과정에서 전분이 퍼지면서 국물이 탁해지고, 떡 표면은 흐물흐물해진다.
여기에 버터를 소량 넣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버터의 지방 성분이 국물 표면에 얇은 막을 형성해 수분의 급격한 침투를 완화한다. 즉, 떡이 국물을 과도하게 흡수하는 속도를 늦춰 식감이 오래 유지된다. 동시에 버터의 유지방은 국물에 고소함과 깊이를 더해 준다. 사골이나 양지 육수의 감칠맛을 한층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또 하나의 장점은 향이다. 버터에는 디아세틸 등 특유의 풍미 성분이 있어 소량만 넣어도 구수한 향이 퍼진다. 이는 마늘, 국간장, 소고기 고명과 어우러지며 떡국의 풍미를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 준다. 특히 맑은 소고기 육수 떡국에 잘 어울린다.

■ 버터 떡국, 이렇게 끓이면 실패 없다
1. 떡은 미리 물에 담가둔다
떡국떡은 끓이기 20~30분 전 찬물에 담가 표면 전분을 가볍게 씻어내고 수분을 균일하게 만든다. 너무 오래 담그면 오히려 퍼질 수 있으니 시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2. 육수를 먼저 완성한다
양지머리나 사골, 멸치육수 등 원하는 베이스를 먼저 완성한다. 이때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기본보다 약간 심심하게 맞춘다. 버터의 염분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3. 떡은 짧고 강하게 끓인다
육수가 끓어오르면 물기를 뺀 떡을 넣고 2~3분만 끓인다. 떡이 떠오르고 가장자리가 살짝 투명해질 정도가 적당하다. 오래 끓이는 것이 아니라 ‘익히고 바로 마무리’가 핵심이다.
4. 불을 끄기 직전 버터 5g
가장 중요한 단계다. 불을 끄기 직전, 1인분 기준 약 5g(작은 티스푼 1스푼 분량)의 무염버터를 넣는다. 그리고 한 번만 부드럽게 저어 녹인다. 끓는 상태에서 오래 저으면 국물이 탁해질 수 있다.
5. 고명은 마지막에
지단, 김가루, 다진 파, 후추 등을 올려 마무리한다. 버터가 이미 풍미를 더했으므로 참기름은 생략하거나 아주 소량만 사용한다.

■ 맛의 변화, 어디까지 다를까
버터를 넣은 떡국은 첫 숟가락에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국물 표면이 더 윤기 있고, 목 넘김이 부드럽다. 입안에 남는 고소함이 길게 이어지면서 간이 세지 않아도 풍부하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떡의 표면이 매끄럽고 쫄깃함이 비교적 오래 유지된다. 시간이 지나도 쉽게 퍼지지 않아 상차림 후 여유 있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 반드시 알아야 할 주의점
첫째, 무염버터를 사용해야 한다. 가염버터를 쓰면 국물 간이 과하게 짜질 수 있다.
둘째, 양 조절이 핵심이다. 버터는 어디까지나 ‘향과 질감 보완’용이다. 많이 넣으면 떡국 특유의 맑고 담백한 맛을 해칠 수 있다. 1인분에 5g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셋째, 재가열은 피한다. 버터가 들어간 국물은 다시 오래 끓이면 지방이 분리되면서 느끼함이 부각될 수 있다. 먹기 직전에 완성하는 것이 가장 맛있다.
넷째, 사골처럼 이미 기름기가 많은 육수라면 버터 양을 절반으로 줄인다. 지방이 과하면 텁텁해질 수 있다.
전통은 지키되 작은 변화를 더하는 것. 버터 한 조각은 설날 떡국을 한층 부드럽고 깊은 맛으로 완성하는 의외의 비법이 될 수 있다. 올해 명절, 떡이 불어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면 작은 실험을 해보는 것도 좋다. 단 한 스푼의 차이가 새해 첫 그릇의 인상을 바꿀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