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어디서 왔을까... 대게와 킹크랩을 닮았지만 뭔가 색다른 이색 갑각류

2026-02-14 12:05

1마리에 2만원... 내장보다 살을 보고 먹는다는 '스노우 크랩'

남극해 깊은 바다에서 건너온 붉은 게 한 상자가 도마에 올랐다. 손바닥에 겨우 들어오는 크기지만 껍데기는 돌처럼 단단하다. 킹크랩을 닮았지만 어딘가 다르고, 털게를 떠올리게 하지만 결은 또 다르다. 남반구의 차가운 심해에서 통발로 잡혀 현지에서 자숙한 뒤 급속 냉동돼 들어온 이 게가 한국 갑각류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관심이 쏠린다.

스노우크랩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스노우크랩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유명 수산물 전문가 김지민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입질의추억TV’에 13일 ‘남극해에서 잡힌 스노우 크랩은 과연 먹을 만할까?’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시됐다.

영상에서 다룬 품목은 국내 온라인몰을 통해 유통되는 이른바 ‘칠레산 스노우 크랩’이다. 스페인어권에서는 센톨로, 아이스 크랩 등으로 불린다. 칠레 최남단 마가야네스와 케이프 혼 인근, 아르헨티나 남단과 포클랜드 제도 주변의 수심 깊은 해역에서 주로 어획된다. 남극과 인접한 저수온 해역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김지민은 이 종을 두고 남북반구 해산물의 ‘평행 구조’에 빗대 설명했다. “북반구에 대게와 킹크랩이 있다면 남반구에는 외형과 생태가 닮은 종이 따로 존재한다. 각 해역이 분리돼 있어 생물이 섞이지 않지만, 비슷한 지위를 차지하는 종이 각각 자리 잡고 있다”라는 취지다. 태평양 대구와 유럽 대구, 태평양 고등어와 대서양 고등어처럼 외형은 유사하지만 생물학적으로 구분되는 사례와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이번에 공개된 제품은 선상 자숙 후 급속 냉동된 상태로 수입됐다. 세 마리 가격은 6만 원이다. 총중량은 약 1.2kg. 최근 대게와 킹크랩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비교적 낮은 진입 가격이라는 점은 분명한 장점으로 제시됐다. 다만 실물을 확인한 결과 크기는 예상보다 작았고, 해동 과정에서 빙결 코팅이 녹으면서 체감 중량이 줄어드는 모습도 확인됐다.

손질 과정에서는 외형과 달리 내장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이 드러났다. 껍데기 안쪽에 녹진한 장이 가득 찬 털게나 브라운 크랩과 달리 이 종은 내장보다는 다리와 몸통 살을 먹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게에 가깝다.

스노우크랩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스노우크랩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김지민은 “내장을 기대하고 구매할 경우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 살을 주력으로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라고 평가했다. 반면 다리와 집게발, 몸통 살은 비교적 고르게 차 있었고, 배꼽 부위 살도 분리해 먹을 수 있었다. 수율 측면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상품성을 갖췄다는 분석이다.

속살 색은 기존 대게·킹크랩과 차이를 보였다. 완전한 백색이 아니라 살굿빛이 섞여 있었고, 식감은 단단하면서도 약간 스펀지처럼 폭신한 결이 느껴졌다. 시식 결과 “비린내는 거의 없고, 짭조름한 기본 간과 은은한 단맛이 공존한다”라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전반적으로 간이 있는 편이라 많이 섭취하면 짠맛이 누적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조리 방식 비교도 진행됐다. 일부는 추가로 찐 뒤 뜸을 들였고, 일부는 해동 상태 그대로 차갑게 시식했다. 두 방식 간 맛의 방향성은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차갑게 먹을 경우 염도가 더 또렷하게 인지됐다. 이에 따라 단독으로 차게 즐기기보다는 조리를 통해 맛의 균형을 잡는 쪽이 적합하다는 결론이 제시됐다.

스노우 크랩 / 'Bakulan Ville Ventures'

활용도 측면에서는 ‘대게·킹크랩 대체재’라기보다는 ‘요리용 게살 원재료’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대로 다리살을 발라 먹는 소비 방식보다는 게살볶음밥, 게살 파스타, 샐러드 토핑처럼 다른 식재료와 조합해 간을 분산시키는 요리가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마요네즈, 레몬 드레싱 등 산미와 지방감을 더해 짠맛을 완화하는 방식도 제안됐다. 이는 프리미엄 갑각류의 ‘직접 소비형’ 포지션과는 다른 시장 전략을 요구한다는 의미다.

가격 대비 선택지에 대한 비교도 이어졌다. 6만 원 예산이라면 내장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홍게를 고르는 소비자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이 언급됐다. 동시에 이 종 특유의 고소함과 버터 향에 가까운 풍미는 차별화 요소로 제시됐다. 조업 시기와 개체 상태에 따라 내장 충실도와 맛 편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혔다.

남극 인접 해역에서 잡힌 이 게가 한국에서 ‘대게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단정하긴 이르다. 한국 소비자로선 생각보다 크지 않은 크기, 기대보다 적은 내장, 생각보다 준수한 살 수율, 그리고 기본 간이 꽤 있는 맛, 차갑게 먹기보다는 볶음밥이나 파스타처럼 다른 재료와 섞는 쪽이 어울린다는 점 등을 고려해 스노우 크랩 구매를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스노우크랩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