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한 명절 음식에 지친다면... 일단 콩나물과 오징어를 꺼내보세요

2026-02-13 17:56

명절 뒤끝을 확실하게 책임질 구원투수

오징어와 콩나물.
오징어와 콩나물.

기름진 전과 산적, 달콤한 약과와 식혜가 연달아 오르는 명절 식탁. 며칠만 지나도 입안은 느끼함에 지치기 마련이다. 바로 그때 매콤한 김과 함께 오징어콩나물찜 한 접시가 등장한다면? 탱글한 오징어와 아삭한 콩나물이 어우러진 붉은 찜 요리는 무거워진 속을 가볍게 다독이고, 기름기 어린 입맛을 산뜻하게 정리해 준다. 명절 뒤끝을 책임질 구원투수로 이만한 메뉴도 드물다.

한국은 유독 오징어를 사랑하는 나라다. 동해와 남해, 제주 바다를 끼고 살아온 역사 속에서 오징어는 가장 친숙한 해산물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마른오징어부터 오징어볶음, 오징어순대까지 활용법도 다채롭다.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이 높은 국가 중에서도 오징어 소비 비중이 크다는 점은 여러 통계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콩나물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싹채소를 먹지만 대두를 발아시킨 콩나물을 일상적으로 대량 소비하는 나라는 사실상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값이 저렴하고 재배가 쉬워 서민 식탁을 지탱해 온 식재료, 그러면서도 해장국과 무침, 국밥에 빠지지 않는 존재. 이 두 가지 식재료가 만났을 때의 시너지는 이미 검증이 끝난 셈이다.

오징어콩나물찜의 재료는 단순하다. 손질한 오징어 한 마리, 콩나물 한 봉지, 대파와 고추 약간이면 기본 틀이 갖춰진다. 여기에 고춧가루와 간장, 다진 마늘을 더해 매콤한 양념을 만든다. 설탕이나 매실청을 조금 곁들이면 매운맛이 둥글어지고, 액젓을 소량 넣으면 감칠맛이 살아난다. 후추 한 꼬집은 바다 향을 또렷하게 세워 준다.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조리의 핵심. 콩나물은 흐르는 물에 가볍게 씻어 물기를 털어내고, 오징어는 내장을 제거한 뒤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껍질은 벗겨도 되고 그대로 사용해도 무방하다. 넓은 팬에 콩나물을 먼저 깔고 그 위에 오징어를 올린 뒤 양념을 고루 얹는다. 물은 재료에서 나올 수분을 감안해 소량만 더한다. 뚜껑을 덮고 센 불에서 짧은 시간 익히면 오징어는 질겨지지 않고 탱글하게 익고, 콩나물은 숨이 죽으면서도 특유의 아삭함을 유지한다.

오징어콩나물찜 / 'MBN Entertainment'
오징어콩나물찜 / 'MBN Entertainment'

국물이 자박하게 생기면 전분을 소량 풀어 넣어 농도를 맞춘다. 양념이 재료에 부드럽게 감기며 윤기가 돌기 시작한다. 마지막에 참기름을 둘러 고소함을 더하고, 송송 썬 대파와 고추를 넣어 향을 살린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하지 않음’이다. 오래 익히면 오징어는 질겨지고 콩나물은 힘을 잃는다. 짧고 강하게, 그리고 재빨리 마무리해야 제맛이 난다.

완성된 오징어콩나물찜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붉은 양념 사이로 하얀 콩나물 줄기가 살아 있고, 오징어는 적당히 말려 쫀득한 식감을 예고한다. 한 젓가락 집어 흰밥 위에 올리면 매콤달콤한 양념이 밥알 사이로 스며든다. 느끼함에 지친 혀는 금세 활기를 되찾는다.

명절 음식이 대개 기름에 부치거나 오래 조려 묵직한 맛을 내는 데 반해 오징어콩나물찜은 비교적 담백하면서도 자극적인 매력을 동시에 지닌다. 바다와 밭이 만난 한 접시, 화려하지 않지만 분명한 개성을 지닌 맛이다. 값비싼 재료가 아니어도 충분히 풍성한 상을 완성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명절 끝자락, 입맛이 무너졌다고 느껴질 때 냉장고 속 오징어와 콩나물을 꺼내 보자.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매콤한 찜 한 그릇이 식탁 공기를 다시 산뜻하게 바꿔 놓을 것이다.

오징어콩나물찜 / 'MBN Entertainment'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