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자산 시장 규제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코인베이스, 리플 등 주요 가상자산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혁신자문위원회(IAC)에 대거 합류시켰다. 의회가 가상자산 시장 구조를 둘러싼 입법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업계 핵심 인사들을 정책 자문 체계 안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CFTC는 13일(현지시각) 혁신자문위원회 위원 35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지난달 출범한 위원회는 기존 기술자문위원회를 대체해 금융시장 내 신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파생상품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역할을 맡는다. 마이크 셀리그 CFTC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위원회가 시장 현실을 반영한 정책 수립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명단에는 코인베이스 CEO 브라이언 암스트롱, 리플 CEO 브래드 갈링하우스, 제미니 공동창업자 타일러 윙클보스, 유니스왑랩스 CEO 헤이든 애덤스, 솔라나랩스 CEO 아나톨리 야코벤코, 블록체인닷컴 CEO 피터 스미스, 로빈후드 CEO 블라디미르 테네프, 그레이스케일 CEO 피터 민츠버그, 앵커리지디지털 CEO 네이선 맥컬리 등 가상자산 업계 주요 인사들이 포함됐다. 이 밖에 크라켄, 크립토닷컴, 불리시, 패러다임, a16z 크립토, 드래프트킹스, 미국 예탁결제공사(DTCC) 관계자들도 이름을 올렸다.
전통 금융시장 인사들도 참여한다. CME그룹, 나스닥,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 Cboe 글로벌 마켓 등 주요 거래소 관계자들이 위원으로 합류했다. 전체 35명 중 20명가량이 가상자산 관련 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으며, 폴리마켓과 칼시 등 예측시장 플랫폼 경영진도 포함됐다.
CFTC는 현재 가상자산 파생상품을 감독하고 있으나 현물시장은 직접 규제하지 않는다. 의회에서는 디지털자산이 증권인지 상품인지에 따라 감독 권한을 명확히 나누는 ‘클래리티(CLARITY) 법안’을 논의 중이다. 해당 법안은 디지털 상품에 대한 CFTC의 감독 권한과 증권 성격 토큰에 대한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권한을 구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법안의 스테이블코인 규율 방식, 특히 달러 연동 토큰에 이자나 보상을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업계와 정치권, 은행권 사이에서 이견이 이어지고 있다. 이 조항은 법안 내에서 가장 논쟁적인 부분으로 꼽힌다.
코인베이스의 암스트롱 CEO는 최근 해당 법안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바 있다. 그는 초안에 “문제가 너무 많다”고 지적하며 토큰화 상품 제한, 탈중앙화금융(DeFi) 제약, 스테이블코인 보상 제한 가능성 등을 우려했다. 또한 해당 법안이 CFTC의 권한을 약화시키고 SEC에 종속시키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CFTC는 암스트롱을 포함한 업계 인사들을 자문위원회에 포함했다. 셀리그 위원장은 위원회가 “시장 전반의 참여자들을 한데 모아 오늘과 내일의 혁신에 맞게 규칙과 규제를 현대화하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위원회가 CFTC의 결정이 시장 현실을 반영하도록 하고, 금융시장 ‘골든 에이지’에 걸맞은 명확한 규칙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FTC는 위원회 의견뿐 아니라 다른 규제기관, 학계, 공익단체의 시각도 정책 수립 과정에서 함께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시장 구조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상원과 하원에서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감독기관이 업계 주요 인사들을 정책 논의 전면에 배치하면서 향후 규제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