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차례상이나 제사상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음식이 있다. 바로 '삼색나물'이다. 많은 이들이 ‘색깔이 다른 나물 세 가지’ 정도로만 알고 있지만, 삼색나물에는 단순한 조합 이상의 상징이 담겨 있다. 뿌리·줄기·잎을 각각 올리는 구성 자체가 세대의 연결을 의미하는 구조로 해석된다.

우선 삼색나물은 제사나 차례 때 올리는 세 가지 나물을 뜻한다. 여기서 ‘색(色)’은 단순한 빛깔이 아니라 형체를 가진 모든 존재를 의미하는 말로 확장되어 쓰인다. 즉, 눈에 보이는 색감의 대비를 넘어서 생명의 구조를 상징적으로 담아낸 음식이라는 설명이다.
전통적으로는 뿌리채소, 줄기채소, 잎채소를 각각 하나씩 골라 올린다. 도라지나 무나물 같은 흰색 계열의 뿌리채소, 고사리처럼 갈색을 띠는 줄기채소, 시금치나 미나리 같은 초록 잎채소가 대표적이다. 이 조합은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인 상징을 따른다.

흰색 나물은 주로 뿌리채소다. 뿌리는 땅속 깊이 박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지탱한다. 이를 조상에 비유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현재를 떠받치는 존재라는 의미다. 도라지는 “도를 알아라”라는 뜻을 담았다고 풀이하기도 한다. 올바른 도리와 가르침을 잊지 말라는 상징으로 해석된다.
검은색 또는 갈색 계열의 나물은 줄기채소가 맡는다. 줄기는 뿌리와 잎을 연결하는 부분이다. 위와 아래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부모 세대를 상징한다. 고사리는 대표적인 줄기 나물이다. 일부에서는 고사리에 “이치에 맞는 높은 사고로 일하라”는 의미를 부여한다. 부모 세대가 자식에게 전하는 삶의 방향과 판단을 상징적으로 담았다는 해석이다.
초록 나물은 잎채소다. 잎은 위로 뻗고 넓게 퍼진다. 현재의 나와 앞으로 이어질 후손을 상징한다. 시금치나 미나리는 번성과 확장의 이미지를 지닌 채소다. 시금치를 두고는 “주저하지 말고 행하라”는 뜻으로 풀이하는 경우도 있다. 미래 세대가 적극적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기원이 담겼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보면 삼색나물은 단순히 세 가지 색을 맞춘 음식이 아니다. 뿌리(조상)–줄기(부모)–잎(나와 후손)의 구조를 한 접시에 담아 과거·현재·미래가 이어져 있음을 상징한다. 한 상 위에 올려놓는 행위 자체가 “삼대가 잘 살자”는 기원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의미는 실용성에 있다. 제사 음식에 쓰이는 나물은 대개 말리거나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재료다. 도라지, 고사리, 무나물은 사계절 활용이 가능하다. 1년 내내 보관해 먹기 좋은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상징을 담았다. 음식이 의례와 생활을 동시에 아우르는 구조다.
삼색나물을 만들 때 색을 더 진하게 내기 위해 간장을 많이 쓰거나 고춧가루를 넣는 경우도 있지만, 전통 제사상에서는 색을 뚜렷하게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둔다. 흰색은 맑게, 초록은 선명하게, 갈색은 자연스럽게 살리는 것이 기본이다. 세 가지가 나란히 놓였을 때 조화를 이루는 구성이 중요하다.
명절마다 무심코 집어 먹던 삼색나물 한 젓가락에는 세대의 연결과 삶의 방향을 기원하는 상징이 담겨 있다. 단순한 반찬이 아니라 구조와 의미를 함께 담은 제사 음식이라는 점에서, 삼색나물은 여전히 명절 상차림의 중심을 지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