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차례상, 지금까지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3가지 사실

2026-02-17 00:01

전 요리 없이도 충분한 차례상, 전문가가 말하다
형식 버리고 가족 화목 중심으로, 차례의 참뜻 찾기

명절을 앞둔 가정에서 전을 산더미처럼 부치는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다. 고소한 기름 냄새와 함께 가족이 모이는 화목한 장면이기도 하지만, 과도한 조리 과정이 노동이 되면 건강 악화와 가족 간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유교 전문가들은 가족의 화목이 조상을 모시는 것보다 우선이라며 차례상 간소화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설 차례상  / Yeongsik Im-shutterstock.com
설 차례상 / Yeongsik Im-shutterstock.com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산하 한국예학센터는 설 연휴를 맞아 현대 사회의 변화를 반영한 '현대 맞춤형 설 차례 예법'을 발표했다. 이는 전통의 정통성을 지키면서도 명절의 본래 의미인 가족의 화합과 행복을 되찾기 위한 제안이다.

차례의 본래 의미는 '차를 올리는 약식 제사'

한국예학센터의 설명에 따르면 차례는 이름 그대로 '차를 올리는 예'를 뜻하며, 본래는 정식 제사가 아닌 약식 제사다. 과거에는 설과 추석 차례상에 떡국이나 송편, 그리고 몇 가지 과실만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다양한 전들 (AI로 제작됨)
다양한 전들 (AI로 제작됨)

흔히 알려진 '홍동백서(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나 '조율이시(대추·밤·배·감)'와 같은 규칙 역시 문헌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전통 예서 어디에도 과일의 종류나 배치 순서를 엄격하게 규정한 기록은 없다는 것이 센터 측의 설명이다. 유교의 핵심 가치는 시대와 상황에 맞춰 적절함을 찾는 '시중(時中)'에 있기 때문이다.

"전 요리는 필수 아냐"… 떡국 중심 4~6가지면 충분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전경   /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제공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전경 /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제공

센터가 제안하는 차례상의 핵심은 음식 가짓수를 줄이는 것이다. 설 차례상의 경우 떡국을 기본으로 4가지에서 6가지 품목이면 충분하다. 특히 손이 많이 가고 기름진 전 요리는 예학적으로 차례에 권장되는 품목이 아니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조상이 생전에 즐겨 먹던 음식이나 현대적인 과일을 올리는 것 역시 불경한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조상을 기리는 현대적인 정성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한자로 적은 지방 대신 조상의 사진을 올리는 것 또한 가족이 함께 추억을 공유하고 유대감을 높이는 좋은 방법으로 권장된다.

형식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의 화목

센터 관계자는 형식에 얽매여 차례상을 정식 제사 수준으로 차리는 것이 오히려 가족의 행복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음식을 얼마나 많이 차렸는지보다 어떤 마음으로 준비했는지가 중요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정재근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원장은 전통이 시대에 맞게 변화할 때 비로소 우리 곁에 머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설에는 조상을 향한 정성만큼이나 곁에 있는 가족과 따뜻한 화합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차례의 진정한 가치를 실현하는 길이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