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의 서른네 번째 장편 영화 '그녀가 돌아온 날'이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2020년부터 시작된 7년 연속 베를린 진출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웠다. 배급사 화인컷에 따르면 이번 신작은 2월 12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76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뒤 올 상반기 중 국내 극장에서 정식 개봉할 예정이다.
홍 감독의 이번 신작은 결혼 후 연기 활동을 중단했다가 이혼 뒤 다시 일을 시작하기 위해 독립영화를 찍은 한 여배우의 하루를 담은 84분 분량의 드라마다. 주인공은 자신이 찍은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30분 간격으로 이어지는 세 번의 인터뷰를 소화하며 배우로서 대중 앞에 다시 선다. 인터뷰를 마친 뒤 새로 시작한 연기 수업에 참여한 그는 선생으로부터 직전의 인터뷰 내용을 재현해 라는 요청을 받지만 가장 중요한 대목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 상황에 직면한다. 피곤함 속에서 집에서 기다리는 딸을 생각하며 일상을 견디는 중년 여성의 심리가 섬세하게 묘사됐다.

작품에는 송선미를 비롯해 조윤희, 박미소, 강소이 등 이른바 홍상수 사단으로 불리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호흡을 맞췄다. 홍 감독의 연인인 김민희는 배우가 아닌 제작실장으로 이름을 올리며 현장을 지원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4월 득남 소식을 전한 이후에도 변함없는 창작 파트너십을 유지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베를린영화제 집행위원회 측은 이번 초청 이유에 대해 강한 연민과 유머를 바탕으로 여성과 명성에 대한 인식을 섬세하게 탐구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대중의 시선 속에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성찰이 우아하게 담겼다는 찬사도 덧붙였다. 홍 감독은 앞서 이 영화제에서 은곰상 감독상(2020), 각본상(2021), 심사위원대상(2022)을 차례로 수상하며 베를린이 사랑하는 거장으로서의 면모를 입증한 바 있다. 올해 영화제는 배우 배두나가 심사 위원으로 위촉되어 수상작 선정에 참여함에 따라 한국 영화계의 위상이 어느 때보다 높게 평가받는 분위기다.

영화는 영화제 기간 중 파노라마 섹션에서 공개되며 홍 감독과 출연진이 현지 공식 일정에 참석해 관객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파노라마 부문은 예술적 독창성과 대중적 호소력을 고루 갖춘 작품들이 주로 초청되는 만큼 이번 신작이 보여줄 새로운 서사 방식에도 관심이 쏠린다. 독립영화 촬영 후의 갈등과 연기 수업 중 겪는 망각의 순간을 통해 인간의 기억과 정체성을 묻는 홍 감독 특유의 연출력이 기대를 모은다. 제작진은 베를린 일정을 마친 뒤 상반기 중 국내 관객을 만나기 위한 개봉 준비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