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지나고 나면 냉장고 안에는 먹다 남은 음식들이 가득 쌓인다. 그중에서도 가장 처리가 곤란한 음식을 꼽으라면 단연 잡채다. 잡채는 당면이 주재료라 시간이 지나면 불어 터지기 쉽고, 다시 데우면 처음의 탱글탱글한 식감을 찾기 어렵다.

기름에 볶은 음식이라 여러 번 데울수록 느끼한 맛이 강해지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잡채는 고기, 버섯, 시금치, 당근 등 다양한 재료가 이미 다듬어지고 간이 맞춰진 종합 식재료다. 이를 활용하면 새로운 요리로 재탄생시키기 매우 좋다.
잡채 유부 주머니 전골로 즐기는 깊은 맛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남은 잡채를 유부 속에 넣어 전골로 만드는 것이다. 유부는 대형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냉동 유부나 조미 유부를 사용하면 된다. 먼저 차갑게 식어 굳은 잡채를 가위로 잘게 자른다. 너무 길면 유부 속에 넣기 불편하므로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길이가 적당하다.
잘게 자른 잡채를 유부 주머니 속에 80% 정도 채워 넣는다. 너무 가득 채우면 끓일 때 유부가 터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입구는 데친 미나리나 쪽파를 사용해 묶어주면 모양이 예쁘고 향긋함도 더해진다. 만약 묶는 과정이 번거롭다면 이쑤시개를 꽂아 고정해도 상관없다.

이렇게 만든 유부 주머니를 냄비에 담고 멸치 육수나 사골 육수를 붓는다. 잡채 자체에 간이 되어 있으므로 국물 간은 국간장이나 소금으로 가볍게만 맞춘다. 여기에 알배추, 버섯, 대파 등을 곁들여 끓여내면 잡채 유부 주머니 전골이 완성된다. 유부 속으로 뜨거운 국물이 스며들면서 굳었던 잡채가 부드럽게 풀리고, 잡채의 양념이 국물에 우러나와 깊은 감칠맛을 낸다. 냉장고 속 청양고추를 추가하면 칼칼한 맛으로 즐길 수 있어 더 매력있다.
바삭한 식감이 일품인 잡채 전과 튀김
전골처럼 국물이 있는 요리가 당기지 않는다면 바삭한 식감을 살린 전이나 튀김을 권한다. 남은 잡채에 달걀물과 밀가루를 약간 섞어 반죽을 만든다. 이미 간이 되어 있으니 따로 소금을 넣을 필요는 없다. 달궈진 팬에 기름을 두르고 한입 크기로 올려 노릇하게 부쳐내면 잡채 전이 된다.
여기서 조금 더 정성을 들인다면 김말이 튀김을 만들 수 있다. 김밥용 김을 4등분 하고 그 위에 잡채를 올린 뒤 돌돌 만다. 끝부분에 물을 살짝 묻혀 고정하고 튀김가루를 입혀 기름에 튀겨내면 시중에서 파는 김말이보다 훨씬 내용물이 알찬 수제 튀김이 된다. 떡볶이 국물과 곁들여 먹으면 명절 음식의 느끼함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든든한 한 끼를 책임지는 잡채 덮밥과 볶음밥

가장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하는 방법은 잡채 덮밥이다.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대파를 볶아 향을 낸 뒤 남은 잡채를 넣는다. 잡채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볶다가 물을 반 컵 정도 붓고 굴소스를 한 큰술 넣는다. 물이 자작하게 끓어오르면 전분물을 풀어 걸쭉하게 만든다. 이를 따뜻한 밥 위에 얹어내면 중화요리 전문점에서 파는 잡채 덮밥 부럽지 않은 맛이 난다.
만약 물기가 있는 덮밥보다 고슬고슬한 밥을 선호한다면 볶음밥을 만들면 된다. 팬에 찬밥과 가위로 잘게 썬 잡채를 함께 넣고 센 불에서 볶는다. 잡채에 들어있는 고기와 채소가 밥과 섞이면서 별도의 재료 준비 없이도 훌륭한 볶음밥이 완성된다. 마지막에 통깨와 참기름만 살짝 더하면 식사 준비가 끝난다.
잡채 활용 요리 시 주의할 점
남은 잡채를 요리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위생이다. 잡채는 시금치처럼 쉽게 쉬는 재료가 들어가 있어 상온에 오래 두면 안 된다. 명절 당일 먹고 남은 잡채는 반드시 소분하여 바로 냉장 또는 냉동 보관해야 한다. 냉장 보관한 잡채라도 요리하기 전 냄새를 맡아 변질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한 잡채는 이미 기름에 볶아진 상태이므로 다시 요리할 때 기름을 너무 많이 쓰지 않도록 한다. 전골이나 덮밥처럼 수분을 활용하는 요리법을 선택하면 명절 음식 특유의 느끼함을 줄이면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명절 뒤 냉장고를 차지하고 있는 남은 잡채는 이제 처치 곤란한 짐이 아니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유부 전골부터 덮밥까지 다양한 요리로 변신할 수 있는 훌륭한 재료다. 이번 설날에는 남은 잡채를 버리지 말고 가족들과 함께 새로운 별미를 만들어 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