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의 용은 더 이상 없다” 성인 68%, 성공에 결정적인 건 '부모'

2026-02-10 20:53

부모의 경제력이 결정한다? 한국인 68% '출발선 불평등' 체감

한국 사회에서 계층을 오를 수 있는 사다리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이동성이 활발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네 명 중 한 명에 그쳤고, 출발선의 차이가 개인의 삶을 좌우한다는 인식은 더욱 굳어지고 있었다.

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 이동성 진단과 사회정책 개편 방향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6월까지 전국의 19세 이상 성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사회 이동성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사회 이동성이 ‘활발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25.4%에 불과했다. 절반이 넘는 59.2%는 ‘보통’이라고 평가했으며, ‘활발하지 않다’는 응답도 15.4%에 달했다. 전반적으로 계층 이동이 원활하다고 체감하는 비율은 낮은 편이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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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동성이 원활하지 않다고 느끼는 이유로 가장 많이 지목된 것은 부모의 영향이었다. ‘부모의 경제력과 사회적 배경이 자녀의 성공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43.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개인의 노력이나 능력보다 가정 환경이 삶의 경로를 좌우한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부의 대물림과 자산 격차 확대가 이러한 인식을 강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동시장 구조 역시 계층 이동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좋은 일자리와 그렇지 않은 일자리가 뚜렷이 나뉘어 있다는 응답은 17.3%에 달했다. 안정적인 고소득 일자리에 진입한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 간의 격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출신 지역이나 거주 지역의 영향이 크다고 본 응답도 13.6%였고, 사회적 인맥이 계층 이동에 중요하다고 인식한 비율은 10.6%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응답은 노력 이전에 이미 출발선이 다르다는 인식이 상당 부분 공유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개인의 의지나 성실함만으로는 구조적인 장벽을 넘기 어렵다는 체감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셈이다. 특히 부모의 자산과 네트워크가 교육과 취업, 주거 등 삶의 주요 국면마다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계층 사다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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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비관론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노력으로 사회경제적 지위를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42.5%가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절반이 넘는 50.7%는 ‘보통’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가능성이 낮다’고 본 비율은 6.8%에 그쳤다. 사회 구조의 한계를 인식하면서도 개인의 노력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 이중적인 태도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우리 사회가 계층 이동에 대해 복합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다리가 잘 움직이지 않는다고 느끼면서도, 완전히 끊어졌다고 보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노력의 여지를 믿고 있지만, 그 노력이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다만 부모 세대의 영향력에 대한 인식은 더욱 뚜렷했다. 전체 응답자의 68.0%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원이 자녀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반대로 ‘영향이 없다’는 응답은 0.7%에 불과했다. 노력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성공의 열쇠가 개인에게만 있지 않다는 인식이 압도적인 셈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한국 사회에서 계층 이동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고민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개인의 노력만을 강조하는 접근을 넘어, 출발선의 격차를 완화하고 공정한 기회를 보장할 수 있는 구조적 개선 없이는 사회 이동성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과제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