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에서 청와대 100m 상소문 전달... “독립운동가 20인 서훈, 다시 평가하라”

2026-02-10 16:25

광복 80주년 맞아 ‘제8차 영남만인소’ 봉소행사, 2월 11일 서울서 개최
석주 이상룡(3등급)·일송 김동삼(2등급) 등 20인 ‘대한민국장(1등급)’ 승격 촉구
1884년 이후 142년 만의 부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가치 계승한 시민 행동

‘대구 군부대 이전 유치를 위한 2025 상주 만인소(萬人疏) 봉소의례’ 자료 사진/상주시
‘대구 군부대 이전 유치를 위한 2025 상주 만인소(萬人疏) 봉소의례’ 자료 사진/상주시

[대구경북=위키트리]이창형 기자=조선 시대 유교 공론 문화의 정수이자, ‘만인의 뜻이 곧 천하의 뜻’임을 제도적으로 증명했던 영남만인소가 2026년, 저평가된 독립운동가들의 공훈을 바로 세우기 위한 ‘제8차 영남만인소’로 142년 만에 다시 움직인다.

제8차 영남만인소 집행위원회는 오는 2월 11일, 안동에서 출발해 서울 광화문 일대(세종대왕상–경복궁–청와대)에 이르는 봉소(奉疏) 행사를 열고, 정부를 향해 독립유공자 20인에 대한 서훈 재평가와 등급 상향을 공식적으로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역사적으로 일곱 차례에 걸쳐 조선 사회의 공론을 형성했던 만인소의 형식을 오늘의 시민 참여 방식으로 계승한 대규모 공론 행동이다.

이번 제8차 영남만인소의 소두(疏頭)는 '류목기'가 맡았다.

소두는 상소의 취지를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로, 봉소 전 과정에서 만인의 뜻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수행한다.

집행위원회는 특정 개인의 주장이 아닌, ‘뜻을 모은 시민 전체’가 주체가 되는 만인소 본래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소두 중심의 상징 구조를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제8차 영남만인소의 핵심 요구는 독립운동가 20인에 대한 서훈의 전면 재평가와 승격이다.

집행위원회는 현재의 대한민국 상훈 체계가 1962년 군사정부 시기, 사료 부족과 정치적 환경 속에서 급히 확정된 이후 실질적인 전면 재검토 없이 유지돼 왔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특히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이상룡 선생이 3등급(독립장)에, 만주 무장투쟁의 핵심 지도자인 김동삼 선생이 2등급(대통령장)에 머물러 있는 현실은 대표적인 형평성 문제로 꼽힌다.

1962년 당시 1등급을 받은 김창숙 선생조차 “일송도 받지 못한 훈장을 내가 받을 수 없다”고 말했을 정도로, 이 문제는 광복 8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역사적 과제로 남아 있다.

영남만인소는 1792년 사도세자의 신원을 청원하며 시작된 조선 선비들의 집단 상소로, 공론을 제도적으로 구현한 희귀한 기록 문화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만인소’는 2018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 목록에 등재됐다.

이번 제8차 영남만인소는 유네스코가 인정한 ‘공론의 가치’를 오늘날 역사 정의 실현이라는 구체적 요구로 연결하는 실천이다.

대표단은 전통 안동한지로 제작된 길이 100미터가 넘는 대형 상소문을 받들고 안동을 출발해 서울로 향한다. 상소문에는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정당한 예우를 바라는 1만 명 이상 시민의 서명이 담겼다.

서울 광화문과 경복궁, 청와대 일대를 가로지르는 100미터 상소문 행렬은, 과거 99미터 상소를 들고 한양으로 향했던 유생들의 결기를 오늘의 시민 언어로 재현하는 동시에, 이 시대의 공론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될 예정이다.

황만기 집행위원장은 이번 제8차 영남만인소를 “과거를 기념하는 행사가 아니라, 현재의 불합리를 묻고 미래의 기준을 세우는 공론 행동”으로 규정한다.

소두 류목기를 중심으로 하되, 봉소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뜻을 모은 시민 전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어 “이번 만인소는 누군가의 명예를 대신 요구하는 운동이 아니라, 국가가 스스로 세운 기준을 다시 점검하라는 요구”라며 “축적된 연구 성과와 사료가 충분한 지금, 더 이상의 미루기는 역사에 대한 책임 회피”라고 강조했다.

이어 “100미터 상소문에 담긴 만인의 뜻이 제대로 답을 얻을 때까지 공론화와 기록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home 이창형 기자 chang@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