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12조 찍었다… 강남점 3조 독주 너머 신세계가 숨겨둔 '이것'

2026-02-10 10:19

경기 침체 속 12조 원대 매출 달성, 신세계의 내실 성장 비결은?

(주)신세계가 소비 심리 위축이라는 혹한기 속에서도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경신하며 내실 있는 성장이 단순한 구호가 아님을 숫자로 증명했다. 2025년 연결 기준 연간 매출액은 12조 77억 원, 영업이익은 4800억 원을 기록하며 외형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특히 백화점 부문이 역대 최대 실적으로 그룹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가운데, 면세점(DF)과 라이브 쇼핑 등 주요 자회사들이 수익성 중심의 체질 개선을 통해 흑자 구조를 안착시킨 점이 고무적이다.

신세계의 이번 실적은 경기 침체 장기화로 유통업계 전반이 고전하는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 더욱 의미가 깊다.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3조 419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 성장했으며, 영업이익은 무려 1725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689억 원이나 늘어난 수치로, 시장의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미래 성장을 위해 지속해 온 과감한 투자가 영업 레버리지 효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세계 백화점 전경 / 신세계 그룹 홈페이지 캡처
신세계 백화점 전경 / 신세계 그룹 홈페이지 캡처

그룹 실적을 견인한 핵심 엔진은 단연 백화점이다. 신세계백화점은 4분기에만 2조 1535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분기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연간 누계 매출 역시 7조 4037억 원으로 2.2% 성장했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을 넘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 혁신' 전략이 적중했다. 강남점은 3년 연속 거래액 3조 원을 돌파하며 국내를 넘어 '글로벌 No.1 백화점'을 향한 독주 체제를 굳혔다. 비수도권 점포들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부산 센텀시티점은 지방 점포 중 유일하게 3년 연속 매출 2조 원 고지를 밟았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개점 이후 처음으로 연간 거래액 1조 원 클럽에 가입하며 중부권 맹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본점의 변신은 오프라인 유통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헤리티지관'과 '더 리저브'로 이어진 대대적인 리뉴얼을 통해 루이 비통, 샤넬, 에르메스 등 3대 명품을 아우르는 '럭셔리 맨션'으로 재탄생했다. 압도적인 하드웨어 경쟁력은 곧바로 외국인 매출 폭발로 이어졌다. 지난 4분기 본점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70%나 급증했으며, 연간 기준으로는 6천억 원대 중반을 기록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쇼핑 랜드마크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백화점이 앞에서 끌었다면 자회사들은 뒤에서 수익성을 밀어 올렸다. 건설 경기 둔화와 고환율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포트폴리오 재정비를 통해 알짜 회사로 거듭났다. 신세계디에프(면세점)는 무리한 외형 확장 대신 수익성 중심의 상품 구성(MD) 개편을 단행했다. 그 결과 4분기 매출은 5993억 원으로 늘었고, 영업이익은 2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89억 원이나 개선되는 드라마틱한 흑자 전환을 이뤄냈다.

신세계라이브쇼핑 역시 프리미엄 패션 전략이 통했다. 자체 남성복 브랜드 '신세계 맨즈 컬렉션'과 백화점 입점 브랜드 위주의 편성이 고객들의 지갑을 열게 했다. 4분기 영업이익은 6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억 원 증가하며 내실을 다졌다. 티커머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저가 경쟁 대신 '프리미엄'이라는 신세계만의 DNA를 이식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 유효했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성적표는 회계적 특수성을 감안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4분기 영업손실 28억 원을 기록했으나, 이는 지난달 단행된 '자주(JAJU)' 사업부 매각이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상 중단영업손익으로 분류된 데 따른 착시 효과다. 사업 구조 재편 과정에서 발생한 일시적 비용을 제외한 실질적인 성적은 매출 3999억 원, 영업이익 13억 원 흑자다. 군살을 덜어낸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부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건다. 연작, 비디비치 등 검증된 자체 뷰티 브랜드를 앞세워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 영토 확장에 나서는 한편, 유망 브랜드에 대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장착한다는 구상이다.

가구 및 라이프스타일 계열사인 신세계까사는 부동산 시장 침체 직격탄을 맞으며 4분기 29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다만, 적자 폭을 줄여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신세계까사는 올해를 '혁신의 원년'으로 삼았다. 까사미아 브랜드를 넘어 수면 전문 브랜드 마테라소, 주방용품 쿠치넬라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2030년까지 매출 8000억 원 규모의 종합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신세계센트럴시티는 호텔 투숙률 상승과 임대 수익 호조에 힘입어 4분기 매출 1099억 원, 영업이익 292억 원을 달성하며 안정적인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역대급 실적은 주주들에 대한 보따리로 이어질 전망이다. 신세계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주당 배당금을 상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사주 소각 계획을 예정대로 이행해 주주 가치를 직접적으로 제고하겠다는 방침이다. 벌어들인 돈을 회사의 성장에 재투자하는 동시에, 그 과실을 주주와 나누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신세계 관계자는 "지난해의 성과는 대내외적인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래를 보고 단행한 전략적 투자가 결실을 맺은 것"이라며 "올해 역시 단순한 외형 성장에 그치지 않고, 업계의 판도를 바꾸는 혁신을 통해 질적 성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숫자로서 존재감을 증명한 신세계가 2026년 어떤 성적표를 써 내려갈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home 조희준 기자 chojoo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