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연구원(KATECH)은 최근 발행한 ‘산업분석 Vol. 161’ 보고서를 통해 엔비디아가 자율주행의 고비용 구조와 기술적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 제안한 개방형 솔루션인 알파마요의 파급력을 조명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엔비디아는 추론 능력을 내재한 시각-언어-행동(VLA) 모델과 시뮬레이션 프레임워크를 바탕으로 자율주행 생태계의 구도를 재편하고 있으며, 이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통합 역량을 갖춘 빅테크가 주도하는 새로운 국면을 시사한다.
자율주행 산업은 현재 상용화 지연과 막대한 개발 비용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맥킨지의 분석 결과 로보택시와 레벨4 승용차의 전개가 당초 예상보다 수년 지연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단일 기업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소프트웨어 고도화 및 데이터 수집 투자 비용 때문이다. 기존의 룰 기반 방식은 예외적인 돌발 상황에 대한 대응력이 낮고, 테슬라 등이 주도하는 엔드투엔드 방식은 판단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없는 블랙박스 문제가 검제 및 규제 대응의 한계로 지적되어 왔다.

엔비디아는 CES 2026에서 물리 세계를 이해하는 피지컬 AI 비전과 이를 구현하기 위한 ‘5계층’ 구조를 제시하며 기술적 돌파구를 마련했다. 특히 AI 모델 영역에서 물리 법칙 기반의 파운데이션 모델인 코스모스와 자율주행 특화 모델인 알파마요를 공개했다. 안데스산맥의 봉우리 이름을 딴 알파마요는 유연하고 직관적인 추론 능력을 추구하는 철학을 반영하고 있으며, 학습과 추론 및 시뮬레이션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가 통합된 형태다.
알파마요 플랫폼의 핵심인 알파마요 1은 시각적 입력을 언어로 맥락화하여 이해하는 시각-언어-행동(VLA) 모델이다. 인간의 단계적 추론 방식인 ‘생각의 사슬(CoT)’ 기법을 적용해 주행 제어 명령과 함께 그 판단 근거를 자연어로 동시에 도출함으로써 기존 엔드투엔드 모델의 불투명성을 해소했다. 이는 약 100억 개의 파라미터를 가진 모델로 제공되어 지역별 규제에 맞춘 미세 조정이나 차량용 경량화 모델로의 변환이 용이하다.

성능뿐 아니라 안전성 확보를 위해 엔비디아는 AI의 추론과 전통적 룰 기반 시스템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를 선택했다. 일반적 주행은 알파마요 1이 담당하되,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정책 및 안전 평가기가 실시간으로 감독하여 제어권을 행사하는 안전 지향적 접근이다. 가상 시뮬레이션 환경인 알파심(AlpaSim)과 25개국 도시의 주행 데이터를 담은 오픈 데이터셋은 실제 도로 테스트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후발 완성차 기업들의 진입을 돕는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이러한 엔비디아의 전략이 완성차 기업의 플랫폼 종속 우려를 완화하면서 기술 도입 유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개발자가 기술 내부 구조를 투명하게 확인하고 자사 데이터를 활용해 직접 성능을 개선할 수 있도록 수정 가능한 형태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향후 자율주행 시장은 엔드투엔드 중심과 안전성을 강조한 하이브리드 체제로 양분될 가능성이 높으며, 인증과 규제 대응에서 유리한 하이브리드 방식이 소비자 신뢰를 선점할 수 있다. 벤츠, JLR, 루시드 등과의 협력은 알파마요의 시장 가치를 입증하지만 완성차 기업의 견제 심리는 여전한 과제로 남는다. 그럼에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아우르는 엔비디아의 통합 솔루션은 생태계의 표준을 주도할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며, 경쟁의 초점은 기술 자체보다 양산 차량의 실질적 소비자 효용으로 이동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