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패닉, 속으론 줍줍… 비트코인 ETF 수치 뒤에 숨은 ‘고래들의 속내’

2026-02-09 10:21

전체 합계에 속지 말라… 비트코인 ETF 자금표의 위험한 함정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사진.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흐름을 그대로 믿었다가는 시장 흐름을 거꾸로 읽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하루 전체 자금 유출입 숫자만 보면 투자 심리를 오해하기 쉽고, 실제로는 특정 ETF에 자금이 몰리거나 빠지는 ‘내부 흐름’을 봐야 하락 신호를 제대로 읽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상자산(암호화폐) 전문 매체 크립토슬레이트는 8일(현지시각) “비트코인 ETF 자금 흐름 표는 점수판일 뿐, 경기 내용을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며 “시장 방향을 알려주는 진짜 신호는 개별 ETF 간 자금 움직임의 차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에서는 하루 동안 5억97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겉으로 보면 투자자들이 대거 빠져나간 것처럼 보이지만, 세부 내역을 보면 상황은 조금 달랐다.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에서만 5억2830만달러가 빠져나갔고, 피델리티(FBTC), 아크(ARKB), 발키리(BRRR) 등 다른 ETF들은 소규모이지만 자금이 오히려 들어왔다.

이후 며칠간 ETF 자금 흐름은 더욱 요동쳤다. 지난 2일에는 5억6180만달러가 순유입됐지만, 3일에는 다시 2억7200만달러 순유출로 돌아섰고, 4일에는 순유출 규모가 5억4490만달러까지 커졌다. 전체 숫자는 오르락내리락했지만, 공통점은 특정 ETF가 자금 흐름을 좌우했다는 점이었다.

비트코인 가격이 7만1000달러 아래로 떨어진 시점부터는 가격 하락과 ETF 자금 유출이 동시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자금 흐름과 가격 움직임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ETF 자금 흐름을 해석할 때 ‘하루 전체 합계’보다 ‘어디에서 얼마나 빠졌는지’를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ETF는 주식처럼 거래되지만, 실제 자금이 들어오거나 빠질 때는 발행량이 늘거나 줄어드는 별도의 과정이 있다. 따라서 한 대형 투자자가 한 ETF에서만 대규모 환매를 하면, 시장 전체가 매도에 나선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지난달 30일과 지난 4일이 대표적인 사례다. 두 날 모두 하루 전체 순유출의 대부분이 IBIT 한 종목에서 발생했다. 반대로 2월 2일에는 IBIT, FBTC, BITB, ARKB 등 주요 ETF 전반에 고르게 자금이 들어오며 ‘시장 전체가 매수에 나선 날’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이런 차이는 비트코인 ETF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 성격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단기 투자자, 기관 투자자, 자동으로 비중을 조정하는 포트폴리오 등 각기 다른 기준으로 움직이는 자금이 동시에 존재하면서, 같은 날에도 ETF별로 다른 흐름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 소규모 자금 유입이 항상 투자 심리 회복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일부 자금은 정해진 일정에 따라 비중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들어오기도 하고, 수수료나 운용 편의성 때문에 ETF 간 갈아타기가 이뤄질 수도 있다.

여기에 시장 급락 시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ETF를 매도하는 경우도 겹친다. 2월 초 비트코인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며 청산이 늘어난 것도 ETF 자금 흐름이 복잡해진 배경으로 꼽힌다.

크립토슬레이트는 “하루 전체 자금이 순유출됐다고 해서 모두가 동시에 비트코인을 팔았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며 “중요한 것은 자금이 한 곳에 집중돼 빠졌는지, 여러 ETF에서 반복적으로 빠졌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체 수치가 마이너스일 때라도 여러 ETF에서 자금 유입이 반복된다면 의미 있는 신호가 될 수 있다”며 “ETF 시장은 이제 하나의 목소리가 아닌 여러 이해관계가 동시에 작용하는 공간이 됐다”고 분석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