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 50% 폭락은 절대 위기 아니다”

2026-02-09 09:48

게리 보드 “비트코인 고유의 변동성 드러난 것일 뿐”

6일 서울 강남구 빗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다. 이날 비트코인 1개의 가격은 종가 기준 2024년 10월 말 이후 최저 수준인 6만6060달러를 기록했다. / 뉴스1
6일 서울 강남구 빗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다. 이날 비트코인 1개의 가격은 종가 기준 2024년 10월 말 이후 최저 수준인 6만6060달러를 기록했다. / 뉴스1

비트코인 가격이 고점 대비 50% 가까이 급락하면서 시장 불안이 커지는 데 대해 헤지펀드 업계 베테랑인 게리 보드는 이를 “위기가 아니라 비트코인 고유의 변동성이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하락은 구조적 문제라기보다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오해와 단기 매물 출회가 겹친 결과라는 분석이다.

8일(현지시각)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보드는 최근 비트코인 급락을 두고 “불쾌하고 충격적일 수는 있지만, 비트코인 역사에서는 전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올린 글에서 “비트코인은 과거에도 80~90%에 달하는 하락을 여러 차례 겪었다”며 “이런 변동성을 견뎌낸 투자자들은 장기적으로 매우 큰 보상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보드는 이번 하락의 직접적 배경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인선에 대한 시장의 해석을 지목했다. 전 연준 이사인 케빈 워시가 제롬 파월 의장의 후임으로 지명되자 시장은 이를 통화정책이 더 매파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인 비트코인, 금, 은에 대한 매력이 낮아졌고,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자들의 마진콜이 겹치며 강제 청산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보드는 이런 해석 자체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는 워시가 과거 공개 발언에서 낮은 금리를 지지해온 점과 트럼프 대통령이 워시로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약속받았다고 언급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미 의회의 막대한 재정 적자를 고려하면, 연준이 장기 국채 금리를 통제할 수 있는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보드는 “이번 매도는 펀더멘털이 아니라 인식과 심리가 주도했다”며 “시장은 이 사안을 잘못 읽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고래(whale)’ 매도설에 대해서도 보드는 선을 그었다. 초기 채굴자나 저가 매수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섰을 수는 있지만, 이를 비트코인의 장기 약세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그는 “초기 참여자들의 기술력과 선구적 역할은 인정받아야 한다”며 “이들의 매도가 비트코인의 미래를 말해주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비트코인 대량 보유 기업인 스트래티지(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를 둘러싼 우려도 단기 변수로 봤다. 비트코인 가격이 스트래티지의 평균 매입 단가 아래로 내려가자 추가 매도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보드는 “워런 버핏이 대규모 지분을 보유한 기업을 둘러싸고 항상 나오는 우려와 비슷한 성격”이라며 “가격에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비트코인 자체의 존속과는 무관하다”고 평가했다.

보드는 또 상장지수펀드(ETF)와 파생상품 등 이른바 ‘페이퍼 비트코인’의 확대가 단기 가격을 누를 수는 있지만, 비트코인의 근본을 훼손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실물 비트코인을 보유하지 않고도 가격에 베팅할 수 있는 수단이 늘어나면서 유통량이 늘어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발행량이 2100만 개로 제한된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은(銀) 시장을 예로 들며 “초기에는 페이퍼 거래가 가격을 억누르지만, 결국 실물 수요가 이를 상쇄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채굴 비용을 높여 네트워크 안정성을 해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보드는 과장됐다고 선을 그었다. 과거 사례를 보면 가격 하락이 해시레이트 감소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았고, 설령 감소하더라도 시차를 두고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는 소형 모듈 원자로(SMR)나 태양광 기반 데이터센터 등 새로운 에너지 기술이 장기적으로 채굴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드는 비트코인이 ‘가치 저장 수단’이 될 수 없다는 비판에도 반박했다. 그는 “높은 변동성이 가치 저장 수단의 자격을 박탈한다는 주장은 과도하다”며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정부가 발행한 법정화폐 역시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중요한 것은 발행 한도 2100만 개라는 희소성과, 누구의 허가도 필요 없는 자산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코인데스크는 보드의 분석을 전하며 “이번 급락은 비트코인의 구조적 위기라기보다 설계된 변동성이 다시 한번 드러난 사례”라며 “극심한 가격 변동이 반드시 시스템 리스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