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서 요리를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당황스러운 순간이 있다. 잠깐 한눈을 판 사이 냄비 속 국물이 무서운 기세로 차올라 가스레인지 위로 쏟아지는 상황이다. 하얗게 일어난 거품이 냄비 벽을 타고 넘어가면 불꽃이 꺼지기도 하고, 뜨거운 국물이 눌어붙어 나중에 청소하기도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특히 면을 삶거나 국을 끓일 때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데, 이때 주방에 있는 흔한 액체 하나만 있으면 이런 걱정을 싹 덜 수 있다.

주방의 골칫덩이, 끓어 넘치는 국물과 거품
요리를 할 때 물이 끓기 시작하면 거품이 생긴다. 특히 라면이나 국수 같은 면 요리를 할 때는 면에서 나온 전분 성분이 물과 섞이면서 거품이 더 단단하고 끈적해진다. 이 거품들은 서로 엉겨 붙어 잘 터지지 않고 위로 계속 쌓이게 되는데, 이것이 냄비 밖으로 국물이 넘치게 만드는 주된 원인이다.
한번 끓어 넘친 국물은 가스레인지나 인덕션 상판에 딱딱하게 달라붙는다. 제때 닦지 않으면 열기 때문에 까맣게 타버려 나중에는 철수세미로 박박 문질러야 겨우 지워진다. 매번 냄비 곁을 지키며 불 조절을 하는 것도 일이다. 바로 이런 번거로움을 한 방에 해결해 줄 비결이 우리 집 양념 선반 위에 놓여 있다.
거품을 잠재우는 마법의 액체, 정체는 ‘식용유’

냄비 밖으로 국물이 탈출하는 것을 막아주는 마법의 액체는 바로 식용유다. 콩기름, 올리브유, 포도씨유 등 종류에 상관없이 주방에서 흔히 쓰는 기름이면 무엇이든 괜찮다. 식용유가 어떻게 거품을 막아주는지 원리는 아주 단순하다.
거품은 얇은 물막 안에 공기가 갇혀 있는 형태다. 그런데 기름은 물과 서로 섞이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냄비 테두리에 기름을 발라두면, 위로 올라오던 거품이 기름과 닿는 순간 물막이 힘을 잃고 톡톡 터지게 된다. 기름이 일종의 ‘방어벽’ 역할을 해서 거품이 더 이상 높게 쌓이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이다.
실패 없는 사용법, 이렇게 따라 하세요
방법은 아주 간단해서 요리 시작 전 10초면 충분하다.
키친타월에 기름 묻히기: 키친타월을 작게 접어 식용유를 몇 방울 떨어뜨린다. 손가락에 직접 묻혀서 발라도 상관없지만, 키친타월을 쓰면 더 고르게 바를 수 있다.
테두리 닦아주기: 냄비 안쪽의 맨 윗부분, 즉 테두리에서 약 1~2cm 아래 지점을 따라 띠를 두르듯 기름을 슥 문질러준다.
평소처럼 요리하기: 이제 평소대로 물을 붓고 요리를 시작하면 된다. 국물이 끓어올라 거품이 기름이 발라진 지점에 도달하면, 신기하게도 더 이상 올라오지 못하고 가라앉는 것을 볼 수 있다.
주의할 점은 기름을 너무 많이 바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얇게 코팅한다는 느낌으로만 발라주면 된다. 기름 양이 너무 많으면 국물 맛에 영향을 줄 수도 있으니, 키친타월로 가볍게 지나가는 정도가 딱 적당하다.
식용유가 특히 힘을 발휘하는 요리들

이 방법은 거품이 많이 생기는 요리를 할 때 특히 빛을 발한다.
면 삶기: 국수나 파스타, 라면을 삶을 때는 물속의 전분 때문에 거품이 아주 조밀하게 생긴다. 이때 기름 코팅을 해두면 불 앞에서 계속 물을 끼얹거나 젓가락으로 젓지 않아도 된다.
된장찌개와 국 요리: 된장이나 고추장을 푼 국물은 일반 맹물보다 거품이 훨씬 잘 일어난다. 명절에 사골국을 오래 고거나 육수를 낼 때도 이 방법을 쓰면 냄비 주변이 지저분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콩 삶기: 콩을 삶을 때는 사포닌 성분 때문에 거품이 냄비 뚜껑을 밀어낼 정도로 심하게 올라온다. 식용유 한 방울의 힘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 바로 콩을 삶을 때다.
기름 대신 쓸 수 있는 또 다른 방법들
만약 기름을 바르는 것조차 번거롭다면 다른 대안도 있다. 가장 잘 알려진 방법은 나무 주걱을 냄비 위에 가로질러 놓는 것이다. 나무는 열을 잘 전달하지 않고 표면이 거칠어 거품이 닿으면 터뜨리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나무 주걱은 국물이 아주 심하게 끓어오를 때는 방어력이 조금 떨어질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냄비 안에 작은 사기그릇이나 숟가락을 넣어두는 것이다. 물이 끓으면서 안에 든 물건이 움직여 물의 흐름을 깨뜨리고 거품 생성을 줄여준다. 하지만 소리가 시끄러울 수 있고 냄비 바닥이 긁힐 위험이 있다. 이런 여러 가지 방법을 비교해 봤을 때, 냄비 테두리에 식용유를 바르는 것이 가장 소리 없이 강하고 깔끔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