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의 밥상에서 가장 흔한 반찬 중 하나였던 김이 '사치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K-팝과 K-드라마로 촉발된 한류 열풍이 김을 세계적 인기 스낵으로 만들면서 정작 한국 소비자들은 치솟는 가격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BBC가 최근 이 같은 현상을 집중 조명했다. 
서울 중심가의 작은 시장 좌판. 47년째 김을 팔아온 이향란(60대) 씨는 "과거 서양 사람들은 한국인들이 검은 종이 같은 이상한 걸 먹는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그들에게 김을 팔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지금은 그들이 다 여기 와서 사간다"고 말했다. 그는 "김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 특히 김밥용 김이 인기다"라면서 "한국 김이 인기를 얻어서 기쁘다“고 했다.
세계 최대 김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한국은 아시아, 북미, 유럽 등 전 세계 시장에 김을 공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막대한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빗대어 김을 '검은 반도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의 건조 김 수출액은 11억3000만 달러(약 1조6000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수요 증가와 함께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민 간식이자 재료로 여겨졌던 김은 2024년 장당 약 100원 수준이었다. 통상 10장 이상 묶음으로 팔려 한 팩에 1000원 안팎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지난달 김 한 장 가격이 150원을 넘어서며 국내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향란 씨는 "프리미엄 제품은 장당 350원까지 한다"고 전했다.
김재라(30대) 씨는 평소 작은 김을 한 번에 500장씩 대량 구매해 몇 달간 먹곤 했다. 그러나 최근 가격 상승으로 구매 패턴을 바꿔야 할 처지다. 인터뷰 중 휴대전화로 온라인 식료품 가격을 확인하던 그는 "정말 몇 달러나 올랐네. 다행히 김 두 팩으로 몇 주는 버틸 수 있지만, 나중에 같은 가격이거나 더 오르면 아마 재구매는 안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에 대한 전 세계적 입맛은 K-팝과 K-드라마 같은 문화적 영향으로 촉발된 한국 상품에 대한 수요 증가를 반영한다. 전 세계 관객들이 한국 엔터테인먼트에 깊이 빠져들면서 한국 음식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전 세계 기업들이 이를 포착했다.
2023년 미국 슈퍼마켓 체인 트레이더 조의 김밥이 입소문을 타며 출시 직후 전국 매장에서 동이 났다. 일본에서 온 미키(22세) 씨는 "K-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전형적인 한국 음식이라 김을 처음 알게 됐다"며 "일본에도 노리라는 비슷한 게 있지만 맛이 완전히 다르다. 한국 김이 더 가볍고 바삭하며, 대부분 참기름과 소금으로 구워지는 반면 노리는 보통 간장으로 간을 한다"고 설명했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온 비올라(60) 씨는 김을 간식으로 즐긴다고 했다. "감자칩처럼 입에 그냥 넣어 먹는다"며 "더 건강한 대안 같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아시아에서 서양 국가까지 더 많은 사람들이 김에 익숙해지면서 글로벌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해외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국내 가격이 밀려 올라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남 완도에서 30년 가족 역사를 가진 조미김 가공 공장을 운영하는 김남인(29) 씨는 생김을 구매해 기름과 소금으로 굽고 매장에서 판매되는 익숙한 직사각형 모양으로 자른다. 지난 5년간 그의 제품은 대부분 전 세계로 수출됐다.
"증가하는 수요에 비해 김 공장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 그는 가족이 이제 사업 확장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김이 한국에서 가격에 매우 민감한 필수품이며 오랫동안 저렴함과 연관돼 왔다고 덧붙였다. 김 가격의 소폭 상승도 소비자들이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경향이 있어, 이것이 그가 해외 시장에 더 집중하는 또 다른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인건비 상승, 해외 생산 감소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촉발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증가하는 글로벌 수요가 여전히 주요 동인으로 남아 있다는 데 동의한다.
국내 소비자들을 달래기 위해 기업들은 정부와 함께 비용 상승을 억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가격 안정을 위해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약속했고, 풀무원 같은 한국 식품 기업들은 연중 수확이 가능하도록 육상 기반 김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