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서 비싸게 몽땅 쓸어가는 바람에... 한국인들도 먹기 힘들어진 한국음식

2026-02-08 08:45

연 1조6000억 수출에 정작 국내선 품귀 현상

지난 6일 서울의 한 마트 모습.  / 뉴스1
지난 6일 서울의 한 마트 모습. / 뉴스1

한국인의 밥상에서 가장 흔한 반찬 중 하나였던 김이 '사치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K-팝과 K-드라마로 촉발된 한류 열풍이 김을 세계적 인기 스낵으로 만들면서 정작 한국 소비자들은 치솟는 가격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BBC가 최근 이 같은 현상을 집중 조명했다.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김을 굽고 있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가격정보에 따르면 마른김(중품) 평균 소매가격은 지난 1월 하순 기준 10장당 1515원이었다. /뉴스1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김을 굽고 있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가격정보에 따르면 마른김(중품) 평균 소매가격은 지난 1월 하순 기준 10장당 1515원이었다. /뉴스1

서울 중심가의 작은 시장 좌판. 47년째 김을 팔아온 이향란(60대) 씨는 "과거 서양 사람들은 한국인들이 검은 종이 같은 이상한 걸 먹는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그들에게 김을 팔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지금은 그들이 다 여기 와서 사간다"고 말했다. 그는 "김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 특히 김밥용 김이 인기다"라면서 "한국 김이 인기를 얻어서 기쁘다“고 했다.

세계 최대 김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한국은 아시아, 북미, 유럽 등 전 세계 시장에 김을 공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막대한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빗대어 김을 '검은 반도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의 건조 김 수출액은 11억3000만 달러(약 1조6000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수요 증가와 함께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민 간식이자 재료로 여겨졌던 김은 2024년 장당 약 100원 수준이었다. 통상 10장 이상 묶음으로 팔려 한 팩에 1000원 안팎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지난달 김 한 장 가격이 150원을 넘어서며 국내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향란 씨는 "프리미엄 제품은 장당 350원까지 한다"고 전했다.

김재라(30대) 씨는 평소 작은 김을 한 번에 500장씩 대량 구매해 몇 달간 먹곤 했다. 그러나 최근 가격 상승으로 구매 패턴을 바꿔야 할 처지다. 인터뷰 중 휴대전화로 온라인 식료품 가격을 확인하던 그는 "정말 몇 달러나 올랐네. 다행히 김 두 팩으로 몇 주는 버틸 수 있지만, 나중에 같은 가격이거나 더 오르면 아마 재구매는 안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한 마트의 김 코너. / 뉴스1
서울 한 마트의 김 코너. / 뉴스1

김에 대한 전 세계적 입맛은 K-팝과 K-드라마 같은 문화적 영향으로 촉발된 한국 상품에 대한 수요 증가를 반영한다. 전 세계 관객들이 한국 엔터테인먼트에 깊이 빠져들면서 한국 음식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전 세계 기업들이 이를 포착했다.

2023년 미국 슈퍼마켓 체인 트레이더 조의 김밥이 입소문을 타며 출시 직후 전국 매장에서 동이 났다. 일본에서 온 미키(22세) 씨는 "K-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전형적인 한국 음식이라 김을 처음 알게 됐다"며 "일본에도 노리라는 비슷한 게 있지만 맛이 완전히 다르다. 한국 김이 더 가볍고 바삭하며, 대부분 참기름과 소금으로 구워지는 반면 노리는 보통 간장으로 간을 한다"고 설명했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온 비올라(60) 씨는 김을 간식으로 즐긴다고 했다. "감자칩처럼 입에 그냥 넣어 먹는다"며 "더 건강한 대안 같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아시아에서 서양 국가까지 더 많은 사람들이 김에 익숙해지면서 글로벌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해외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국내 가격이 밀려 올라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외국인관광객이 김을 구입하고 있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가격정보에 따르면 마른김(중품) 평균 소매가격은 지난 1월 하순 기준 10장당 1515원이었다.  / 뉴스1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외국인관광객이 김을 구입하고 있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가격정보에 따르면 마른김(중품) 평균 소매가격은 지난 1월 하순 기준 10장당 1515원이었다. / 뉴스1

전남 완도에서 30년 가족 역사를 가진 조미김 가공 공장을 운영하는 김남인(29) 씨는 생김을 구매해 기름과 소금으로 굽고 매장에서 판매되는 익숙한 직사각형 모양으로 자른다. 지난 5년간 그의 제품은 대부분 전 세계로 수출됐다.

"증가하는 수요에 비해 김 공장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 그는 가족이 이제 사업 확장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김이 한국에서 가격에 매우 민감한 필수품이며 오랫동안 저렴함과 연관돼 왔다고 덧붙였다. 김 가격의 소폭 상승도 소비자들이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경향이 있어, 이것이 그가 해외 시장에 더 집중하는 또 다른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인건비 상승, 해외 생산 감소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촉발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증가하는 글로벌 수요가 여전히 주요 동인으로 남아 있다는 데 동의한다.

국내 소비자들을 달래기 위해 기업들은 정부와 함께 비용 상승을 억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가격 안정을 위해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약속했고, 풀무원 같은 한국 식품 기업들은 연중 수확이 가능하도록 육상 기반 김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