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원숭이 오바마' 합성 영상 올리곤 사과 거부

2026-02-07 12:02

오바마를 원숭이로 묘사한 트럼프, 인종차별 논란 확산
AI 영상으로 점화된 백악관의 인종차별 논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를 원숭이로 묘사한 동영상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했다가 인종차별 논란이 확산되자 삭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올라온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부인에 대한 조롱 동영상  / 트루스소셜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올라온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부인에 대한 조롱 동영상 / 트루스소셜 캡처

백악관은 지난 6일(이하 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계정에서 문제의 영상이 삭제됐다고 밝히면서, 동영상이 올라간 것 자체가 계정 관리를 맡고 있는 "직원의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밤 자신의 SNS에 2020년 대선이 '부정선거'였다는 취지의 1분 분량 동영상을 게재했다. 영상 말미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의 얼굴을 원숭이 몸에 합성한 장면이 등장했다.

배경 음악으로는 영화 '라이온 킹' 삽입곡 '더 라이언 슬립스 투나잇'이 사용됐으며, 원숭이 모습을 한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가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모습이 담겼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해당 영상 클립은 영화 '라이온 킹'을 패러디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인 MAGA 밈 계정에서 제작한 인공지능(AI) 생성 영상이다.

영상이 게시된 직후부터 비판이 쏟아졌다. 흑인을 원숭이에 빗대는 것은 노예제도 시기 흔히 사용됐던 인종차별적 표현으로, 서구사회에서는 일종의 금기로 평가된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원숭이와 합성한 점이 거센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민주당 대권 잠룡으로 평가되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지사는 X에 해당 사진을 직접 공유하며 "대통령의 역겨운 행동이다. 모든 공화당원들은 이를 즉시 규탄해야한다"고 반발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흑인 상원의원 팀 스콧이 X에 "그것이 가짜이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쓰는 등 비난이 이어졌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처음에는 해당 장면이 "트럼프를 정글의 왕에 빗대고 민주당을 라이온 킹 캐릭터들에 빗대는 인터넷 밈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비판 여론을 보도하는 미국 언론을 향해 "가짜 분노를 보도하는 걸 멈추고 미국 대중에게 진짜 중요한 걸 보도하시라"고 밝혔다. 그러나 비판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백악관은 결국 영상을 삭제하고 직원 실수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실수하지 않았다"며 사과 거부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백악관 홈페이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백악관 홈페이지

그는 집권 2기 들어 AI로 만든 가짜 이미지나 영상을 SNS에 공유하며 지지층 결집에 활용했다. 작년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체포돼 주황색 죄수복을 입고 철창에 갇힌 모습이 담긴 AI 생성 영상을 트루스소셜에 올리기도 했다.

AP통신은 미국에서 권력 있는 백인 인사들이 명백히 허위이면서도 인종차별적으로 흑인을 유인원 등 동물과 연관시켜 온 역사가 오래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18세기 흑인 노예화를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된 문화적 인종주의와 유사과학 이론에서 비롯됐으며, 노예제 폐지 이후에도 흑인을 인간 이하의 존재로 묘사하는 논리를 확산시키는 데 활용됐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지난달 27일 보도에서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백악관, 노동부, 국토안보부 등 연방정부기관의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네오나치 등 극우 세력이 즐겨 쓰는 언어와 그림, 영상, 음악이 등장한 사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유튜브, 연합뉴스TV
home 유민재 기자 toto7429@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