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보면 반듯한 하나의 다리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교각의 간격과 아치의 곡선이 미묘하게 다른 교량이 있다.

요즘은 좌우대칭이 주는 안정감이 ‘미의 기준’처럼 받아들여진다. 건물이나 구조물을 볼 때도 자연스럽게 정중앙을 기준으로 균형이 맞는지부터 확인하게 되고그만큼 대칭 구조는 어디서든 흔하게 발견된다. 특히 교량은 하중을 고르게 분산해야 하는 구조물인 만큼 좌우가 비슷하게 설계된 경우가 많다.
그런데 겉으로는 대칭처럼 보이는데 가까이서 보면 교각 간격도 다르고 아치 모양도 살짝 어긋나는 다리가 있다. 한쪽은 둥글고 다른 쪽은 둥근 네모에 가까운 곡선을 그리며 같은 다리 안에서 서로 다른 느낌이 든다. 중앙을 기준으로 절반씩 나눠 바라보면 구조가 완전히 대칭을 이루지 않는다. 하나의 다리인데도 두 개를 이어 붙인 듯한 인상을 주는 이유는 처음부터 반씩 나뉘어 건설된 교량이기 때문이다. 이 다리가 바로 철원 한탄강 위에 놓인 승일교다.
철원에 있는 승일교는 1948년 8월 공산당 치하에서 철원·김화 지역 주민들이 ‘노력공작대’ 명목으로 총동원돼 시공을 시작한 뒤 6·25 한국전쟁으로 공사가 중단된 교량이다. 전쟁 이후 1958년 우리 정부에 의해 완공되면서 한 다리 안에 서로 다른 시공 흔적이 남게 됐다. 남북분단과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만들어낸 역사적 사실을 품고 있으면서도 미묘한 비대칭 구조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조형미로도 주목받는 교량이다.

승일교라는 이름 역시 다리의 상징성을 키운 요소로 꼽힌다. ‘승일’이라는 두 글자를 두고 이승만의 ‘승’과 김일성의 ‘일’을 합친 것이라는 해석이 퍼지면서, 남북이 함께 만든 다리라는 이야기가 널리 알려졌다. 여기에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박승일 장군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따 다리 이름을 붙였다는 설도 함께 전해진다.
현재 승일교는 차량 통행이 이뤄지지 않지만, 다리 위를 걸어서 건너며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다리 위에 서면 한탄강 협곡과 주상절리가 빚어낸 철원의 지형이 시야를 넓게 채우고, 콘크리트 아치 아래로 흐르는 강물과 절벽이 한 프레임에 들어온다. 교각과 난간 곳곳에는 오래된 흔적이 남아 있어 다리가 지나온 시간을 느끼게 하고, 전쟁과 분단의 시기를 통과해 완공된 교량이라는 배경까지 겹치며 풍경에 묵직한 결을 더한다.
승일교를 둘러본 뒤에는 철원 대표 명소들을 함께 묶어 보기 좋다. 인근에는 한탄강 주상절리길과 고석정이 이어지고 조금만 이동하면 철원 평야와 DMZ 일대 안보 관광지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먼저 가까운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협곡을 따라 탐방로가 이어져 걷는 동안 절벽처럼 솟은 주상절리와 강물이 만들어내는 굴곡진 지형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철원 특유의 화산지형이 그대로 드러나는 구간이 많아 풍경이 단조롭지 않고, 계절에 따라 물색과 절벽의 분위기가 달라 사진을 남기려는 방문객도 많다.
고석정 일대는 철원 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대표 코스로 꼽힌다. 강변을 따라 펼쳐지는 바위 지형과 물길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뚜렷하고, 주변 산책 동선도 갖춰져 있어 승일교 관람과 함께 묶기 좋다.
여기에 철원평야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 지점이나 DMZ 일대 안보 관광지까지 더하면 한쪽에서는 협곡과 강을 보고 다른 쪽에서는 철원평야와 접경 지역의 풍경을 마주하는 구성으로 일정이 채워진다. 승일교 주변은 특히 겨울철 빙벽이 형성될 때 발길이 더 잦아지며 다리 아래에서 교각과 빙벽을 함께 담으려는 촬영 풍경도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