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명령과 의심 사이, 軍 어디로 가야 하나?

2026-02-06 14:51

김현태 707특임단장 vs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
인물의 선악 판단이 아닌 군의 시스템과 가치 충돌에 초점

김현태 전 707 특임단장 /뉴스1
김현태 전 707 특임단장 /뉴스1
박정훈 해병대 준장 의장행사 / 독자 제공
박정훈 해병대 준장 의장행사 / 독자 제공

[위키트리=박병준 기자] = 김현태와 박정훈 두 인물의 선악 판단이 아니라 군의 시스템과 가치 충돌에 초점을 맞췄다.

박정훈 대령(현 준장)과 김현태 전 육군 대령(전 707특임단장)의 행보는 오늘날 우리 군이 처한 딜레마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같은 ‘대령’이었지만 결과는 극명하게 갈렸다.

한 사람은 편제에도 없는 원스타로 진급했고, 한 사람은 파면이라는 불명예 속에 군복을 벗었다.

김현태 대령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특전사 707 중대장, 3공수 지역대장, 9공수 대대장, 707특임단장을 역임한 전형적인 특수전 분야 작전 장교다.

반면 박정훈 대령은 경북대 법대 출신의 OCS 학사장교로, 전투병과가 아닌 해병대 군사경찰 즉, 제도와 책임을 중시한 인물로 평가된다.

군인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주저 없이 ‘상명하복’을 꼽는다.

군은 전투 상황에서 개인의 판단보다 명령의 신속한 집행을 통해 움직인다.

군인은 훈련을 통해 두려움을 억누르고, 죽음 앞에서도 명령을 수행하도록 교육받는다.

그 사생관이 무너지면 군대는 싸울 수 없다.

그런 점에서 707특임단이 국회로 투입되던 그날의 상황은 비정상적이었다.

대테러 작전도, 대간첩 작전도 아닌 국회의사당. 교신 내용은 석연치 않았고, ‘계엄’이라는 말은 현실감이 없었을 것이다.

김현태 대령은 의심 속에서(미리 알았는지 여부는 기자가 판단하지 않음) 부대를 이끌고 현장에 내려왔고, 상황을 파악한 뒤 더 큰 충돌 없이 병력을 빠져나오게 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명령을 수행했지만, 그 명령의 성격 때문에 모든 책임을 떠안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군에는 애초부터 그런 명령의 일탈을 즉, 쿠테타를 막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있다. 방첩사와 군사경찰이다.

이들은 상명하복의 병력을 동원하는 쿠데타나 범죄를 막는 역할을 한다.

군대 다녀온 이들은 알겠지만 방첩사(예전 보안사, 기무사)나 군사경찰(예전 헌병)은 구조적으로 작전부대를 ‘의심의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설계돼 있다.

군 권익 보호라는 허울과 달리, 작전 현장의 판단은 늘 사후적으로 재단된다.

채 상병 순직 사건에서 박정훈 대령의 선택은 달랐다.

그는 책임을 개인이 아닌 지휘 체계의 끝까지 물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예천 수해 복구는 육군 주관 작전이었고, 해병대는 배속 부대였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해병대’를 강조하며 과도하게 몰아붙였을 수는 있으며, 박 대령은 사단장 책임론을 밀어붙였고, 그 과정에서 항명죄로 몰려 혹독한 시간을 견뎌야 했다.

이후 상황은 모두가 아는 대로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그리고 박정훈 대령의 준장 진급.

이 글은 누가 옳고 누가 그르냐를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앞으로의 군대다.

앞으로 우리 군이 명령을 받을 때마다 “이 명령은 적법한가, 위법한가”를 먼저 따져야 하는 구조가 된다면 군사작전은 성립하기 어렵다.

전투는 실시간 판단과 즉각적 실행의 영역이지, 사후 법리 다툼의 장이 아니다.

명령에 충실했던 군인이 손해를 보고, 의심하고 거부했던 사람이 보상받는 구조가 고착된다면 그런 군대는 더 이상 적과 싸우기 힘들다.

군은 법 위에 설 수는 없지만, 법의 불확실성이 전투 의지를 마비시켜서도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개인의 영웅 서사가 아니라, 명령·책임·법적 판단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제도적 정비다.

그렇지 않다면 다음 전장에서는 적보다 먼저 ‘명령’을 두려워하는 군인이 늘어날지도 모른다.

그때 과연 우리는 그들을 탓할 자격이 있을까?

home 박병준 기자 anchor11@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