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물가 이제 '진짜' 내려갈까…설탕·밀가루 가격표, 일제히 바뀐 '이유'

2026-02-06 10:45

일제히 내린 설탕·밀가루, 장바구니 물가 진정될까

정부의 전방위적 물가 안정 압박과 검찰의 대규모 담합 수사가 맞물리며 CJ제일제당, 삼양사, 사조동아원, 대한제분 등 국내 제분·제당 ‘빅4’ 업체가 백기를 들고 설탕과 밀가루 가격을 일제히 내렸다.

국내 식품 물가의 기초 체력을 담당하는 제분·제당 업계가 일제히 가격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6일 식품업계 동향을 종합하면 CJ제일제당과 삼양사, 사조동아원 등 주요 기업들이 설탕과 밀가루 출고가를 평균 4~6%가량 하향 조정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의 원재료가 되는 소재 식품 가격이 내려가면서 치솟던 장바구니 물가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지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단순 자료 이미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단순 자료 이미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업계 1위 CJ제일제당이다. 이들은 소비자용(B2C) 설탕과 밀가루 전 제품의 가격을 내린다고 발표하며 인하 대열을 이끌었다. 지난달 기업 간 거래(B2B)용 설탕과 밀가루 가격을 내린 데 이은 후속 조치다. 인하 폭은 구체적이다. 가정에서 흔히 쓰는 백설 하얀 설탕과 갈색 설탕 등 설탕 15개 품목은 평균 5%, 최대 6%까지 가격이 낮아진다. 밀가루 역시 백설 찰 밀가루를 비롯해 박력·중력·강력분 등 16개 주력 품목 가격을 평균 5.5% 내리기로 했다.

경쟁사들도 즉각 반응했다. 삼양사는 소비자용과 업소용을 가리지 않고 설탕, 밀가루 가격을 평균 4~6%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사조동아원도 중식당에서 주로 쓰는 고급 분과 제과제빵용 밀가루 등 대포장(20kg) 제품부터 가정용 소포장 제품까지 가격을 평균 5.9% 내리며 가격 경쟁에 불을 지폈다. 앞서 대한제분은 지난 1일부터 곰표 밀가루 등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4.6% 내리며 가장 먼저 테이프를 끊었다. 주요 업체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가격표를 바꿔 달고 있는 형국이다.

업계가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면서까지 동시다발적인 가격 인하에 나선 배경에는 정부의 강력한 ‘물가 잡기’ 의지가 자리 잡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고물가 상황을 엄중히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 지표상 물가 상승률이 2%대로 내려앉았음에도 국민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는 여전히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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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검찰의 사정 칼날이 업계의 턱밑까지 들어온 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제분·제당 업체들이 장기간 가격을 담합해 온 정황을 포착하고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수사 결과 드러난 담합 규모는 천문학적이다. 제분사 6곳이 담합한 매출 규모만 약 6조 원, 제당사들의 담합 규모는 3조 2000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분·제당 업계의 이번 ‘릴레이 인하’가 라면, 과자, 빵 등 2차 가공식품 가격 인하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원재료비 비중이 높은 품목들은 가격 인하 압력을 받게 되겠지만 인건비와 물류비 등 제반 비용 상승을 이유로 버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원재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공급사들이 먼저 가격을 내린 만큼 이를 공급받는 식품 제조사들도 가격 책정에 대한 셈법이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home 조희준 기자 chojoo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