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년 만에 입장료 전면 무료”…CNN이 주목한 1400년 역사의 '한국 사찰'

2026-02-06 10:10

CNN 선정, 한국의 아름다운 사찰 '양산 통도사'
입장료 부담 없이 누리는 천년 고요와 휴식

양산 통도사 설경 / 양산시청
양산 통도사 설경 / 양산시청

영축산의 웅장한 능선 아래 자리 잡은 통도사의 겨울은 유독 깊고 고요하다. 처마 끝에 걸린 고드름이 햇살에 서서히 녹아내리고, 소리 없이 내려앉은 백설이 천년 고찰의 기와를 하얗게 덮을 때면 이곳은 마치 현실을 잠시 벗어난 한 폭의 수묵화처럼 다가온다. 화려한 색채가 한층 옅어지고 흑과 백의 대비만 남은 설경은 보는 이의 마음까지 차분히 가다듬게 하며, 통도사가 오랜 세월 수많은 이들의 귀의처로 이어져 왔다는 사실을 말없이 보여준다.

통도사에 내리는 눈 / 뉴스1
통도사에 내리는 눈 / 뉴스1

통도사는 한국 불교의 정수를 간직한 역사적 상징으로 꼽힌다. 신라 27대 선덕여왕 15년인 서기 646년, 당나라에서 불법을 닦고 돌아온 자장율사가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셔 와 창건한 이후 1,400여 년의 세월 동안 법등이 단 한 번도 꺼지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8년 6월 30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며 전 세계가 보존해야 할 인류의 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 미국 CNN 역시 통도사의 미학적 가치와 수행 환경에 주목해 한국의 아름다운 사찰 가운데 하나로 언급한 바 있다.

특히 국가지정문화재를 보유한 사찰의 관람료 감면 제도 시행에 따라 양산 통도사의 입장료 또한 전면 폐지되었다. 이는 방문객들이 천년 고찰의 역사와 문화를 더욱 부담 없이 향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며, 누구나 쉽게 한국 불교의 정취를 느끼고 자연 속에서 휴식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더했다. 입장료의 문턱이 사라지면서 통도사는 단순히 종교적인 장소를 넘어 시민들과 여행객들이 수시로 찾아와 마음의 안정을 얻는 도심 속 안식처로 거듭나고 있다.

이곳을 여타 사찰과 구분 짓는 가장 큰 특징은 대웅전 내부의 구성에 있다. 통도사 대웅전에는 불상을 모시지 않고 불단만 마련돼 있다. 대신 불단 뒤편에 설치된 유리창을 통해 바깥의 금강계단을 마주하도록 했다. 부처의 진신사리를 직접 모신 금강계단 자체가 부처를 상징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만든 불상을 두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구성은 불교의 본질적 가르침인 ‘무상’을 떠올리게 하는 구조로 평가받기도 하며, 참배객에게는 형상을 넘어 진리의 중심을 향하도록 이끄는 경험으로 연결된다고 알려져 있다.

양산시 통도사 서운암에 전통 장이 담긴 장독대가 놓여 있다. / 뉴스1
양산시 통도사 서운암에 전통 장이 담긴 장독대가 놓여 있다. / 뉴스1

사찰의 규모와 보유한 유산의 깊이 또한 통도사의 위상을 뒷받침한다. 통도사는 국내 사찰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불교 문화재를 보유한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한국 불교 미술사의 보고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통도사 성보박물관은 국내 최초로 불교 성보를 전문적으로 전시한 사찰 박물관으로서 그 위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도 드문 대규모 불교 회화실을 운영하며 수준 높은 불교 유물을 체계적으로 보존·전시하고 있어 학술적으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자연과의 조화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통도사의 매력으로 꼽힌다. 영축산 기슭 울창한 숲속에는 20여 개의 암자가 흩어져 있는데, 산세의 흐름을 따라 자리한 암자들은 통도사를 병풍처럼 포근하게 감싸안는 형국으로 전해진다.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산세와 사찰 안을 흐르는 맑은 계곡물 소리는 등산객과 참배객 모두에게 고요한 휴식을 더한다. 봄이면 홍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며 경내의 분위기를 바꾸고, 가을이면 오색 단풍이 계곡을 물들이는 등 사계절 내내 다채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양산 통도사 전경 / 영축총림통도사 VR 캡쳐
양산 통도사 전경 / 영축총림통도사 VR 캡쳐

이러한 역사와 자연의 숨결을 더 가까이에서 체험하려는 이들을 위해 통도사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예불과 명상, 스님과의 차담 등을 통해 산사의 일상을 경험하는 과정은 방문객에게 사찰의 분위기를 보다 깊이 있게 접할 기회를 제공하며, 일정 속에서 잠시 호흡을 고르는 시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솔바람 소리와 물소리를 길동무 삼아 걷는 통도사의 길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수행의 길로 이어진다.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 숲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면, 천년의 세월을 견뎌온 건축물들이 전하는 단단한 존재감과 마주하게 된다.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이 경계 없이 어우러진 통도사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걸음을 늦추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양산 통도사 위치. / 구글 지도
home 양주영 기자 zoo123@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