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 약 40% 하락하면서 과거와 같은 ‘4년 주기 약세장’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시장 구조와 환경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분석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가상자산 전문매체 더블록은 4일(현지시각) 자사 뉴스레터 ‘더 데일리(The Daily)’를 통해 최근 비트코인 하락세와 이에 대한 시장의 시각, 주요 기업과 기관들의 움직임을 종합해 보도했다.
더블록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 약 40% 하락하며 2018년과 2022년에 나타났던 급락 국면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이 다시 한번 전형적인 4년 주기 하락 국면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시장 전반에 퍼지고 있다.
가상자산 리서치·브로커리지 업체 K33의 리서치 책임자인 베틀레 룬데는 “비트코인이 엄격한 4년 주기에 묶여 있다는 해석에는 오래전부터 동의하지 않았다”면서도 “최근 가격 흐름은 과거 깊은 조정 국면과 불안할 정도로 닮은 점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시장이 펀더멘털보다는 투자심리와 행동에 더 크게 좌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룬데는 특히 장기 보유자들이 비중을 줄이고 신규 자금 유입이 주저할 경우, 이러한 사이클 공포가 스스로 현실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규제 환경이 과거보다 우호적으로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심리적 요인이 하락 압력을 증폭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그는 이번 조정이 과거처럼 고점 대비 80%에 달하는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기관투자자 참여 확대, 금리 환경 완화 기조, 2022년 신용 경색 국면에서 나타났던 강제 디레버리징 이벤트가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룬데는 “이번에는 다르다”고 강조하며 과거 약세장의 단순한 반복은 아닐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시장 바닥을 시사하는 일부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물 거래량이 상위 10% 수준까지 치솟은 하루가 나타났고, 수십억달러 규모의 롱 포지션 청산 이후 파생상품 포지션이 극단적인 약세로 기울었다는 점을 언급했다. 다만 이러한 지표들은 아직 결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룬데는 기술적 관점에서 7만4000달러 안팎을 핵심 지지선으로 지목했다. 이 구간이 무너질 경우 하락세가 가속화돼 2021년 11월 고점이었던 6만9000달러 수준, 더 나아가 200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5만8000달러 부근까지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이더리움을 대차대조표에 편입한 기업 전략을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이더리움 재무 전략을 채택한 비트마인의 톰 리 회장은 최근 조정 국면에서 발생한 대규모 미실현 손실을 두고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특징”이라고 주장했다.
리 회장은 비트마인이 보유한 이더리움에서 약 66억달러 규모의 미실현 손실이 발생했다는 지적에 대해 “회사가 단기 가격 변동을 거래하는 구조가 아니라, 전체 시장 사이클을 통해 이더리움 성과를 추종하고 이를 상회하도록 설계됐다”고 반박했다. 그는 “가격 하락 국면에서 미실현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지수형 상장지수펀드가 시장 전반 하락 시 손실을 기록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이는 버그가 아니라 기능”이라고 말했다.
비트마인 지지자들은 회사의 mNAV(수정 순자산가치) 구조가 주가 희석을 제한하는 일종의 안전장치 역할을 해 가격 하락 국면에서 이더리움을 강제로 매도하지 않고 다음 사이클을 대비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리플은 자사 프라임 브로커리지 플랫폼 ‘리플 프라임’에 탈중앙화 파생상품 거래소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를 연동했다고 더블록은 전했다. 이는 리플 프라임의 첫 번째 디파이(DeFi) 직접 연동 사례다.
이를 통해 기관 투자자들은 하이퍼리퀴드의 온체인 파생상품을 거래하면서도, 중앙화 거래소의 가상자산 포지션과 외환·채권 등 전통 자산 노출을 하나의 통합된 리스크 및 증거금 관리 체계에서 운용할 수 있다. 리플 프라임이 유일한 거래 상대방으로 중간에 위치해, 기관들은 프라임 브로커리지 관계를 분절하지 않고도 디파이 접근이 가능하다.
리플 프라임은 리플이 12억5000만달러에 인수한 비은행 프라임 브로커 히든로드를 기반으로 출범했으며, 현재 300곳 이상의 기관 고객을 대상으로 연간 3조달러 이상을 청산하고 있다.
이 밖에도 자산운용사 비트와이즈(Bitwise)는 기관 대상 스테이킹 및 수익형 상품 강화를 위해 가상자산 스테이킹 업체 코러스원(Chorus One)을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비트와이즈 최고경영자 헌터 홀슬리는 스테이킹이 현물 가상자산을 보유한 고객들에게 가장 유망한 성장 분야 중 하나라고 밝혔다. 코러스원은 약 22억달러 규모의 스테이킹 자산과 인프라를 비트와이즈에 제공하게 된다.
또 피델리티는 미국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FIDD’를 개인 및 기관 투자자 모두를 대상으로 출시했다. FIDD는 피델리티 디지털 애셋이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발행하며, 외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다. 준비금은 피델리티 매니지먼트 앤드 리서치가 관리하며, 이더리움 메인넷 주소로 자유롭게 이전할 수 있다.
더블록은 최근 가상자산 시장이 뚜렷한 방향성보다는 거래소와 자산별로 유동성과 성과가 갈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이 바닥을 다지고 있는지, 아니면 추가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지에 대한 판단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