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어떻게 나왔지?…왕궁 화장실서 1500년 전 백제 소리 깃든 '이것' 최초 발견

2026-02-05 10:47

부여 관북리 유적 16차 발굴조사 결과 공개
'백제 가로피리' 실물 확인…목간 329점 출토

1500년 전 백제를 엿볼 수 있는 단서가 발견됐다. 특히 왕궁 화장실로 추정되는 구덩이에서 '백제 피리'가 실물로 처음 발견돼 주목된다. 이 밖에도 행정 체계를 엿볼 수 있는 목간(글자를 새긴 나뭇조각)도 대거 출토되며 역사 연구에 중요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출토된 악기 유물 모습. / 국가유산청 제공
출토된 악기 유물 모습. / 국가유산청 제공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는 5일 충남 부여군 관북리 유적(사비기 왕궁 추정지)에서 지난 2년간 진행한 16차 발굴조사 성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백제 사비 시기 목간(木簡) 329점과 가로로 불어 연주하는 7세기 실물 관악기인 대나무 횡적(橫笛·가로 피리) 1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먼저, 가장 주목할 유물은 대나무 횡적이다. 횡적이 발견된 구덩이는 인체 기생충 알이 함께 검출돼, 이곳이 당시 임금과 신하들이 국정 논의와 조회를 했던 왕중 조당 인근 화장실 시설로 추정됐다.

횡적이 출토된 구덩이. / 국가유산청
횡적이 출토된 구덩이. / 국가유산청
백제 횡적 재현품. / 국가유산청
백제 횡적 재현품. / 국가유산청

횡적은 대나무 소재로 네 개의 구멍이 일렬로 뚫려 있으며, 길이는 약 224mm 정도이다. 엑스레이 분석 결과 입김을 불어넣는 구멍이 있는 한쪽 끝이 막힌 구조라는 것이 판명돼 '가로 피리'인 것이 분석됐다. 형태는 오늘날의 소금(小笒)과 유사한 악기인 것으로 확인된다.

백제 피리는 그동안 기록 등으로만 존재가 짐작돼 왔다. 이번 발굴은 백제 악기를 실물로 발견한 최초 사례이자 7세기를 통틀어 삼국시대 관악기 실물이 처음 발견된 유일한 사례다. 사비백제 왕궁의 핵심 공간에서 악기가 발견됨에 따라 백제 궁중음악과 악기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소는 "백제의 음악과 소리를 실증적으로 복원하는 데에도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는 유물"이라고 평가했다.

군·성이 표기된 목간. / 국가유산청
군·성이 표기된 목간. / 국가유산청

함께 발굴된 329점의 목간은 국내 단일 유적에서 확인된 최대 수량이다. 특히 백제가 538년 웅진(공주)에서 사비(부여)로 천도한 직후 시기 기록을 담고 있어 사료적 가치가 높다.

목관과 삭설(목간에 적힌 글씨를 삭제·수정하기 위해 표면을 깎아내며 생긴 부스러기)에는 국가 행정 문서인 인사 기록, 국가 재정 운영, 관등·관직 등이 기록돼 있다. 이는 해당 공간이 백제 중앙 행정 관청인 22부사(部司)와 관련된 곳이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사비도성의 중앙 행정 구역인 5부와 방(方)-군(郡)-성(城) 지방 행정 체계 재편 과정을 보여주는 목간도 다수 출토됐다. 성 행정 단위인 '상·전·중·하·후부' 5부를 기록한 목간, 지방 행정 단위인 '웅진·하서군·나라성·요비성' 등 새로운 지명 단위도 확인돼 당시의 국가 운영 체계를 엿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입동', '인심초', '현곡개' 등 절기·약재 명칭과 일본에서 만들어진 한자로 알려졌던 '전(畑)' 자가 적힌 목간도 확인되며 백제의 문화와 활발한 동아시아의 대외 교류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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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오예인 기자 yein5@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