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7일부터 23일까지 열리는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은 개막 전부터 한국 스포츠 팬들에게 복잡한 감정을 안기고 있다. 한때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시상대에 섰던 두 명의 간판급 선수가 다른 나라 국기를 가슴에 새기고 출전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쇼트트랙의 린샤오쥔과 스피드스케이팅의 김민석이 그 주인공이다.
이번 대회는 이탈리아 밀라노와 코르티나담페초에서 공동 개최되며, 93개국 35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해 16개 종목 116개 경기에서 경쟁한다. 대회 규모만 놓고 보면 역대 최대급 동계올림픽 중 하나다. 개막을 이틀 앞두고 일부 종목은 이미 공식 일정에 돌입한다.
평창의 영웅, 중국 국기를 달다
린샤오쥔은 한국 쇼트트랙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그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2019년 6월 국가대표 훈련 과정에서 불거진 사건으로 선수 인생은 급격히 꺾였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선수 자격 1년 정지 처분을 내렸다.
린샤오쥔은 이후 법정 다툼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재판이 장기화되면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 결국 그는 중국 귀화를 택했다. 다만 국제올림픽위원회 규정상 국적 변경 후 3년 유예 조항에 걸려 베이징 대회에는 나설 수 없었다.

중국 대표로 국제무대에 복귀한 시점은 2022~2023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이었다. 이후 그는 다시 메달 경쟁에 가세했다. 2025~2026시즌 월드투어 3차 대회 남자 500m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여전히 단거리 경쟁력이 살아 있음을 증명했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대회는 그가 중국 귀화 이후 처음 치르는 동계올림픽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린샤오쥔은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과 직접 맞붙는다. 단거리 종목 특성상 한 번의 레이스 결과가 판도를 뒤흔들 수 있어, 메달 색깔을 두고 치열한 접전이 불가피하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빅토르 안이 러시아 국기를 달고 금메달 3개를 쓸어 담았던 전례가 다시 언급되는 이유다.
빙속 중거리 간판의 선택, 헝가리
김민석 역시 한국 빙속 팬들에게는 익숙한 얼굴이다. 그는 2018년 평창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동메달을 연속으로 따내며 중거리 간판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22년 7월 진천선수촌에서 발생한 음주 운전 사고로 상황은 달라졌다.

대한빙상경기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자격정지 1년 6개월의 징계를 내렸고, 이후 재판에서 벌금 400만 원이 확정되면서 대한체육회 차원의 국가대표 2년 정지 처분이 이어졌다. 이로 인해 김민석은 차기 올림픽 출전이 원천적으로 막혔다.
전환점은 2024년이었다. 헝가리 대표팀에서 활동하던 한국인 지도자 이철원 코치가 귀화를 제안했고, 김민석은 이를 받아들였다. 태극마크를 내려놓는 대신 헝가리 국기를 달고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길을 택한 것이다. 그는 헝가리 대표로 남자 1500m에서 올림픽 3회 연속 메달이라는 기록에 도전한다.
다만 성적 지표는 냉정하다. 2025~2026시즌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김민석은 단 한 차례만 10위권에 진입했다. 메달 경쟁권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기록이다. 컨디션 반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시상대 진입은 쉽지 않은 과제가 된다.

귀화 선수와 교포 선수, 변수는 여전히 많다
김민석과 함께 헝가리로 귀화한 쇼트트랙 문원준도 이번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종목 특성상 팀 전술과 변수의 비중이 커, 단일 경기 결과만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교포 선수들의 존재도 눈길을 끈다. 미국 스노보드 대표 클로이 김은 직전 두 차례 올림픽에서 여자 하프파이프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추가하면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사상 첫 3연패 기록을 세우게 된다. 미국 쇼트트랙 대표팀에는 앤드류 허, 브랜든 김, 유니스 리 등 한국계 선수들이 포함돼 있다. 특히 앤드류 허는 이번 시즌 월드투어 4차 대회 남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은 단순한 메달 경쟁을 넘어 국적, 선택, 그리고 선수 개인의 서사가 복잡하게 얽힌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태극마크를 내려놓은 두 명의 간판스타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그 과정 하나하나가 대회 전체의 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