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볶음은 집집마다 반찬통에 늘 자리 잡고 있는 국민 반찬이다. 특히 멸치에 견과류를 더해 고소함을 살리는 방식이 오랫동안 ‘정석’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조합이 영양 측면에서는 꼭 좋은 선택만은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멸치의 대표 영양소인 칼슘 흡수를 견과류가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주목받는 재료가 바로 청양고추다. 아주 잘게 다진 청양고추를 멸치와 함께 볶아내면 영양과 맛, 식감까지 모두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멸치볶음 방식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멸치는 칼슘 함량이 높은 식재료다. 뼈째 먹기 때문에 체내 흡수율도 높은 편인데, 문제는 함께 넣는 재료에 따라 이 장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아몬드나 호두 같은 견과류에는 피트산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다. 이 성분은 미네랄과 결합해 흡수를 방해하는 특성이 있다. 멸치의 칼슘 역시 예외는 아니다. 멸치볶음에 견과류를 듬뿍 넣으면 고소한 맛은 좋아지지만, 정작 멸치를 먹는 가장 큰 이유인 칼슘 섭취 효과는 떨어질 수 있다.
이럴 때 대안으로 떠오르는 재료가 청양고추다. 청양고추에는 피트산처럼 미네랄 흡수를 방해하는 성분이 거의 없다. 오히려 캡사이신 성분이 혈액순환을 돕고 신진대사를 촉진해 영양소 이용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멸치볶음에 청양고추를 더하면 칼슘 흡수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느끼함 없이 깔끔한 맛을 완성할 수 있다.

청양고추 멸치볶음의 핵심은 고추를 ‘아주 잘게’ 다지는 데 있다. 큼직하게 썰어 넣으면 매운맛이 튀고 식감이 거칠어질 수 있다. 씨를 제거한 뒤 칼로 곱게 다져 멸치 크기보다 작게 만드는 것이 포인트다. 이렇게 하면 고추의 매운맛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멸치 특유의 비린 향을 잡아준다. 특히 중멸치나 잔멸치를 사용할 때 효과가 크다.
조리 과정에서도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먼저 멸치는 마른 팬에 기름 없이 한 번 볶아 잡내와 수분을 날린다. 이 과정을 거치면 바삭한 식감이 살아나고, 이후 양념이 잘 배어든다. 멸치를 덜어낸 뒤 같은 팬에 식용유를 소량 두르고 다진 청양고추를 먼저 볶는다. 이때 불은 약불이 좋다. 센 불에서 볶으면 고추가 탈 수 있고, 쓴맛이 날 수 있다.

청양고추 향이 기름에 은근히 배어들면 멸치를 다시 넣고 빠르게 섞는다. 여기에 간장과 올리고당 또는 조청을 소량 넣어 코팅하듯 볶아낸다. 설탕을 과하게 쓰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단맛이 강해지면 청양고추의 개운함이 묻히고 멸치 본연의 맛도 흐려진다. 마지막에 불을 끄고 참기름을 아주 소량 떨어뜨리면 향이 살아난다.
이 방식의 장점은 맛의 균형에 있다. 견과류를 넣은 멸치볶음은 고소하지만 쉽게 물리고, 시간이 지나면 눅눅해지기 쉽다. 반면 청양고추 멸치볶음은 냉장 보관 후에도 비교적 식감이 유지되고, 매콤한 맛 덕분에 밥과의 궁합도 좋다. 아이들에게는 고추 양을 줄이고, 어른 밥상에는 청양고추를 조금 더 늘려도 좋다.

다만 주의할 점도 있다. 청양고추는 열을 오래 가하면 매운맛이 날아가고 풋내가 남을 수 있다. 반드시 짧은 시간에 볶아내는 것이 좋다. 또한 위가 약한 사람이나 매운 음식에 민감한 경우에는 고추 양을 조절해야 한다. 매운맛은 보조 역할이지 주인공이 되어서는 안 된다.
멸치볶음은 단순한 반찬 같지만, 어떤 재료를 더하느냐에 따라 영양과 맛의 방향이 크게 달라진다. 오랫동안 당연하게 넣어온 견과류 대신 청양고추를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칼슘 섭취 효과를 지키고, 한층 깔끔한 멸치볶음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