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 마트 생선 코너에서 발길이 멈췄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됐다는 통계가 나와도 정작 차례상에 올라가는 성수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장바구니 부담은 되레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명절 상차림에서 빠지기 어려운 대표 생선 가격이 1년 새 20% 넘게 뛰며 ‘금값’이라는 표현까지 붙었다.
매체에 의하면, 명절 대목을 앞둔 서울의 한 대형마트는 사야 할 품목이 산더미인데도 가격표 앞에서 망설이는 손님이 많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 오르며 다섯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설 성수품 중심의 가격 상승이 체감 물가를 끌어올린 양상이다.
고환율 여파로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부 생선과 소고기 등에서 가격 부담이 더 두드러졌다. 쌀과 사과는 각각 18%, 10%씩 올랐고 수입 소고기도 7% 넘게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산물 가격도 들썩였다. 갈치와 고등어 같은 ‘국민생선’ 값이 각각 11%대로 뛰며 전체 수산물 가격(5.9%) 상승을 이끌었다. 그중에서도 명절 선물과 차례상 수요가 겹치는 조기는 1년 전보다 20% 넘게 오르며 이른바 ‘금조기’가 됐다. 어획량 감소와 수입 가격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비축해 둔 조기 등 수산물을 방출하고, 축산물 도축장을 주말까지 운영하는 방식으로 성수품 공급량을 평상시보다 50% 이상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먹거리 품목 강세가 여전해 서민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 이란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커진 만큼,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국내 석유류 가격 상황을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달 13일까지 ‘일일 물가조사’를 실시해 주요 성수품 물가 동향을 점검할 계획이다.

가격 부담이 커질수록 조기가 다시 ‘명절 대표’로 주목받는 배경도 선명해진다. 설 연휴가 다가오면 조기는 매년 가장 먼저 언급되는 수산물 중 하나다. 제수용 생선 가운데 ‘기본값’에 가까운 존재로 통하고, 차례상에는 대개 조기구이 형태로 오른다. 크기와 상태가 좋은 것은 통째로 굽고, 작은 것은 토막 내어 굽는 식이다. 집집마다 방식은 달라도 “생선은 빠질 수 없다”는 상차림 관습 속에서 조기는 가장 무난하고 익숙한 선택지로 자리 잡아왔다.
차례상 단골손님인 이유는 실용성과 상징성이 동시에 작동한다. 내장을 정리한 뒤 소금간해 굽기만 하면 되고, 염장·손질 제품은 해동 후 물기만 닦아 바로 조리할 수 있다. 담백한 맛은 기름진 명절 음식 구성 속에서 식탁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도 한다. 여기에 ‘굴비’로 이어지는 전통적 이미지가 더해지며 선물 수요까지 뒷받침한다. 염장·건조 과정을 거친 굴비는 보관이 용이하고 포장 상품으로 격식을 갖추기 쉬워 명절 시장에서 꾸준히 힘을 받는다.
활용도는 차례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조기구이는 연휴 내내 밥반찬으로 재등장하고, 남은 생선은 살을 발라 전으로 부치거나 볶음으로 내는 등 재활용 폭이 넓다. 무·대파와 함께 맑게 끓이는 조기탕은 기름진 메뉴가 많은 명절 기간 속을 달래는 메뉴로도 자주 언급된다. 영양 측면에서도 생선 단백질은 식단 구성에 도움이 되고, 조기에는 비타민 B군과 미네랄(인·셀레늄 등)이 포함돼 있다. 다만 염장 굴비나 간이 강한 조기 제품은 나트륨 섭취가 늘 수 있어, 굽기 전 가볍게 헹구거나 추가 간을 줄이는 방식이 권장된다.
올해 ‘금조기’는 단순한 수식이 아니다. 제수용 수요가 집중되는 설 전후엔 가격 변동 폭이 커지고, 선물세트 수요까지 더해지면 체감 부담은 더 커진다.
같은 조기라도 생물·냉동·염장, 굴비 등 형태에 따라 가격대가 갈리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크기·원산지·가공 형태를 꼼꼼히 따져 ‘가성비’와 ‘격식’ 사이에서 선택하는 분위기다. 설 상차림의 상징이자 현실적인 단백질 반찬인 조기 가격이, 올해 장바구니 물가의 부담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지표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