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의 꿈이 한순간에 소송으로 번졌다.
3일 동아일보 보도 내용이다. 분양가 18억6000만 원 아파트에 당첨된 신혼 가장이 정부의 대출 규제로 계약 무산 위기에 놓였다며 국가와 대통령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두 자녀를 둔 신혼 가장 A 씨는 분양가 18억6000만 원짜리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지만, 잔금을 치르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 이유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부동산 대책으로 시행된 6·27 대출 규제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면서, 계획했던 자금 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주장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A 씨는 지난달 29일 국가와 이재명 대통령을 상대로 2000만 원의 위자료를 요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갑작스러운 대출 규제로 계약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고, 이 과정에서 상당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A 씨 부부는 지난해 9월 ‘신혼부부 특별공급분 신생아 우선 공급’ 유형으로 청약에 당첨됐다. 당시만 해도 잔금 마련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후 정부가 6억 원 초과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제한하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분양가 가운데 잔금 3억7000만 원을 추가로 마련할 방법이 막혀버렸다는 것이다.
6·27 대출 규제는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증하던 ‘영끌’과 ‘빚투’를 차단하겠다는 목적에서 도입됐다. 정부는 과도한 대출을 통해 주택을 매입하는 행태가 집값 불안을 키운다고 보고, 강도 높은 금융 규제를 선택했다. 정책 취지는 분명했지만, 이미 청약에 당첨돼 계약을 진행 중이던 실수요자에게까지 동일한 잣대가 적용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신혼부부 특별공급처럼 정책적으로 주거 안정을 지원하겠다는 취지의 제도에서 당첨된 사례라는 점에서 문제 제기가 이어진다. A 씨 측은 “정부 정책을 신뢰하고 청약에 응했는데, 사후적으로 대출 문을 닫아버린 것은 신뢰 보호 원칙에 어긋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개인에게 직접적인 손해를 발생시켰는지 여부다. 일반적으로 정책 결정에 따른 간접적 불이익은 손해배상 대상으로 인정되기 어렵다. 그러나 이미 계약 단계에 들어간 실수요자에게 예외 없이 규제를 적용한 것이 과연 합리적이었는지를 두고 법적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번 사례가 상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고가 아파트 청약 자체가 무리였다는 시각과, 제도권 안에서 이뤄진 청약과 분양 계약을 정부 정책이 뒤흔들었다는 시각이 엇갈린다. 특히 분양가와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대출 한도를 제한한 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당시 대출 규제 발표와 함께 “주거 목적 실수요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보완책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청약 당첨 이후 대출 계획을 세운 가구들이 일시에 자금 압박을 받으면서 계약 해지나 위약금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A 씨의 소송 결과가 곧바로 정책 방향을 바꾸지는 않겠지만, 향후 부동산 규제 정책에서 ‘적용 시점’과 ‘기존 계약자 보호’ 문제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은 크다.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와 실수요자 보호 사이에서, 정부 정책이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