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열도가 폭설에 사실상 갇혔다. 지난달 하순부터 이어진 기록적인 눈폭탄으로 일본 전역에서 사망자와 부상자가 잇따르고 있다. 적설량과 피해 규모 모두 최근 수년 사이 최악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도로, 철도, 공항이 동시에 멈춰 서는 지역이 속출하고, 고령자가 많은 농산촌과 산간 지역에서는 생명과 직결되는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3일 일본 총무성 소방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이후 폭설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망자는 27명으로 늘었고, 부상자는 290명에 달했다. 사망자는 니가타현 12명, 아키타현 6명, 홋카이도 3명, 아오모리현 2명, 그 외 야마가타·후쿠이·도야마·이시카와현 등 일본해 연안을 중심으로 발생했다. 부상자는 눈 치우기 작업 중 추락하거나 미끄러지는 사고, 제설 차량과의 충돌 사고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눈이 얼마나 쌓였는지는 심각한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아오모리현 일부 지역의 적설량은 180㎝를 넘었고, 니가타현 산간 지역과 야마가타현 내륙에서는 2m 안팎의 눈이 관측됐다. 홋카이도 동부와 일본해 연안 지역에서도 연일 50~70㎝의 폭설이 반복되며 평년 적설량을 크게 웃돌았다. 기상 관측소 기준으로 하루에 내린 눈의 양이 관측 이래 최고치를 경신한 지역도 다수다.
폭설 피해는 단순한 교통 불편을 넘어 일상 전반을 마비시키고 있다. 니가타현과 아오모리현, 아키타현 일대에서는 국도와 지방도가 눈에 묻혀 장시간 통제됐고, 고속도로 다수 구간이 폐쇄됐다. 제설 작업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일부 마을은 사실상 고립 상태에 놓였다. 철도 역시 피해가 컸다. 일본해 연안을 따라 운행하는 재래선과 신칸센 일부 구간에서 운행 중단과 지연이 반복됐고, 공항에서는 항공편 결항이 속출했다.
인명 피해의 상당수는 눈 치우기 과정에서 발생했다. 지붕 위 적설을 제거하던 고령자가 미끄러져 추락하거나, 무너진 눈더미에 매몰되는 사고가 잇따랐다. 눈이 녹았다 다시 얼기를 반복하면서 지붕과 처마에 형성된 거대한 눈덩이가 떨어져 사고로 이어진 사례도 보고됐다. 실제로 사망자 다수는 70세 이상 고령자로 확인됐다.
피해가 확대되자 일본 정부는 중앙과 지방 차원의 대응을 동시에 강화했다. 정부는 관계 각부 회의를 열어 폭설 대응 상황을 점검했고, 각 지방자치단체에 고령자 안전 확인과 제설 지원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자체 요청에 따라 자위대가 투입돼 고령자 주택의 지붕 눈 제거와 생활 지원에 나섰다. 눈이 많아 민간 제설 인력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기상청은 이번 폭설의 원인으로 강한 겨울형 기압 배치와 연속적으로 유입되는 한랭 공기를 지목했다. 일본해에서 발생한 눈구름이 산맥을 넘지 못하고 장시간 같은 지역에 머물며 눈을 쏟아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일본해 연안과 산간 지역은 며칠간 쉬지 않고 눈이 내렸고, 짧은 소강 뒤 다시 폭설이 반복됐다.
생활 인프라 피해도 누적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송전선에 눈이 쌓이며 정전이 발생했고, 수도관 동파 신고도 이어졌다. 쓰레기 수거와 우편 배송이 중단된 곳도 나왔다. 학교는 임시 휴교에 들어갔고, 병원과 요양시설은 제설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주민들에게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고, 눈 치우기는 반드시 여러 명이 함께 하며 안전 장비를 착용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특히 혼자 작업하다 사고를 당하는 사례가 많다며, 무리한 지붕 작업을 피하라고 거듭 경고했다.
기상청은 일본해 연안을 중심으로 강설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쌓인 눈 위에 추가 강설이 더해질 경우 눈사태와 구조물 붕괴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산간 지역과 경사지 주택가에서는 눈사태 주의 정보가 발령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