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쓰고 남은 휴지심을 쓰레기통으로 던지기 전, 잠시 멈춰 이 작은 종이 관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심코 버려지는 이 소박한 물건이 사실은 우리 집안 곳곳의 골칫거리를 해결해 줄 살림꾼이자, 비싼 돈을 주고 사는 수납용품들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무료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주방에서는 뒤섞인 조리 도구를 가지런히 세워주는 홀더가 되고, 거실에서는 엉망으로 꼬인 케이블을 깔끔하게 잡아주는 오거나이저가 된다. 심지어 아이들에게는 근사한 장난감이나 학습 도구가, 식물 집사들에게는 뿌리 손상 없는 친환경 화분이 되어주기도 한다.
늘 곁에 있었지만 몰라봤던 휴지심의 화려한 변신을 확인하고 나면, 앞으로는 다 쓴 휴지심 하나가 나올 때마다 마치 보물을 얻은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평범한 일상을 비범하게 바꾸는 휴지심 활용법을 알아 보자.

가장 먼저 벽면 부착형 수납함으로 활용할 수 있다. 휴지심의 한쪽 면을 평평하게 접거나 밑바닥을 막아 벽에 붙이면, 굴러다니는 빗, 화장품 브러시, 눈썹 가이드 등을 꽂아두기에 더없이 좋다. 이때 겉면에 예쁜 시트지나 패브릭을 입히면 인테리어 효과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특히 현관문 안쪽에 붙여두면 외출 시 잊기 쉬운 차 키나 볼펜 등을 보관하는 훌륭한 '라스트 체크' 포인트가 된다.

청소할 때 청소하기 골치 아팠던 좁은 공간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진공청소기 노즐이 들어가지 않는 창문 틀이나 자동차 시트 사이, 소파 깊숙한 곳을 청소할 때 휴지심은 최고의 보조 도구가 된다. 청소기 흡입구 끝에 휴지심을 끼우고 테이프로 고정한 뒤, 휴지심의 끝부분을 납작하게 누르거나 뾰족하게 모양을 잡으면 시중에서 파는 틈새 노즐보다 훨씬 유연하게 구석구석을 청소할 수 있다. 종이 재질이라 가구에 흠집을 낼 걱정도 없다.
친환경 가드닝도 할 수 있다. 원예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휴지심은 훌륭한 모종 화분이다. 휴지심 하단에 4군데 정도 칼집을 내어 안으로 접어 넣으면 바닥이 막힌 작은 화분이 완성된다. 여기에 흙을 채우고 씨앗을 심어 싹을 틔운 뒤, 분갈이할 때 휴지심째로 흙 속에 심으면 된다. 종이 재질인 휴지심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땅속에서 분해되어 식물의 영양분이 되므로, 뿌리 손상 없이 분갈이를 할 수 있는 가장 환경친화적인 방법이다.

휴지심은 단순히 '쓰고 남은 종이'가 아니라, 우리의 상상력에 따라 수백 가지 용도로 변모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다. 오늘부터 휴지심을 쓰레기통에 넣기 전, 우리 집 어디에 이 작은 종이 관이 필요할지 잠시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 작은 습관의 변화가 지구를 살리고 생활의 편리함을 더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