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2.0% 안착의 역설… 내 지갑만 비켜간 안정세의 '정체'

2026-02-03 11:37

신선 채소 급락으로 물가 상승률 둔화, 2%대 안착
쌀·고기는 여전히 비싼데 무·당근은 절반 이하로 급락

2026년 1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2.0% 상승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전월 상승률인 2.3%에서 0.3%포인트 하락하며 2%대 초반에 안착한 수치로, 신선 채소 가격 하락이 전체 물가 상승폭을 제한한 결과다.

국가데이터처가 3일 발표한 2026년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8.03(2020년=100)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로는 0.4% 상승했으나 1년 전과 비교한 상승폭은 둔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OECD 방식 근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0% 상승해 전체 물가 상승률과 동일한 수준을 나타냈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1년 전보다 2.3% 올랐다.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큰 144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했다. 식품 부문이 2.8% 오르며 전체 지수를 견인한 가운데 식품 이외 품목은 1.8% 상승에 그쳤다. 전월세 포함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0%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신선식품 지수는 기상 조건과 계절에 따른 가격 변동을 반영하는 55개 품목을 대상으로 하며 전년 동월 대비 0.2% 하락하며 약세로 전환했다. 신선 채소가 6.6% 급락하며 하락세를 주도했으나 신선어개(6.2%)와 신선과실(2.0%)은 상승하며 품목별로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구체적인 품목을 보면 무(-34.5%), 배추(-18.1%), 배(-24.5%), 당근(-46.2%) 등이 1년 전보다 크게 저렴해진 반면 쌀(18.3%), 사과(10.8%), 국산 쇠고기(3.7%), 돼지고기(2.9%), 고등어(11.7%) 등 주요 먹거리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지출 목적별 동향에서는 기타 상품 및 서비스가 전년 동월 대비 5.0%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2.9%), 음식 및 숙박(2.8%), 가정용품 및 가사 서비스(2.9%), 의류 및 신발(2.4%), 주택·수도·전기 및 연료(1.3%) 등 전 부문이 일제히 올랐다. 보건(1.1%), 교통(1.1%), 오락 및 문화(0.9%), 통신(0.4%), 주류 및 담배(0.4%)의 상승폭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

품목 성질별로는 서비스 물가가 2.3% 오르며 전체 물가 상승에 1.24%포인트 기여했다. 개인 서비스가 2.8% 상승한 가운데 보험 서비스료(15.3%)와 공동주택 관리비(3.9%)의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유치원 납입금은 정부 지원 효과 등으로 1년 전보다 27.4% 급락하며 교육비 부담을 덜어주었다. 외식 물가는 2.9% 상승했으며 외식 제외 개인 서비스는 2.8% 올랐다. 공공 서비스는 외래 진료비(2.0%) 상승 등의 영향으로 1.6% 증가했다.

공업 제품은 전년 동월 대비 1.7% 상승했다. 가공식품이 2.8% 올랐으나 석유류 가격이 1년 전과 동일한(0.0%) 수준을 유지하며 전체 상승폭을 제한했다. 휘발유(-0.5%)와 자동차용 LPG(-6.1%)는 1년 전보다 가격이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가스·수도는 상수도료(2.3%)와 도시가스(0.3%), 지역 난방비(0.3%) 등이 오르며 0.2%의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지역별 소비자물가 동향을 살펴보면 경남이 2.3%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울산과 전북이 2.2%로 그 뒤를 이었으며 세종, 경기, 전남은 2.1%를 기록했다. 서울과 경북, 제주는 전국 평균과 같은 2.0% 수준이었으며 부산, 인천, 대전, 강원, 충북은 1.9%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대구와 광주, 충남은 1.8%로 상대적으로 낮은 상승폭을 보였다.

자가 주거비 포함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8% 상승했다. 자가 주거비는 자신의 소유 주택을 주거 목적으로 사용하여 얻는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측정한 값으로 1년 전보다 0.9% 올랐다. 집세는 전세(0.7%)와 월세(1.1%)가 모두 상승하며 전년 동월 대비 0.9%의 오름세를 보였다.

이번 조사는 전국 40개 지역에서 458개 상품 및 서비스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기준 연도는 2020년이다. 농축수산물과 석유류는 한 달에 세 차례 가격을 조사하며 공업 제품과 서비스 등은 월 1회 조사가 이뤄진다. 국가데이터처는 다음 달인 3월 6일 2026년 2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할 계획이다.

home 조희준 기자 chojoo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