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상차림은 풍성하지만, 며칠만 지나도 속은 금세 지친다.
고기와 튀김, 전이 연달아 올라오는 식탁은 맛의 만족도는 높지만 몸의 부담도 함께 키운다. 기름진 음식은 포만감을 오래 끌고 가고, 소화 속도는 더뎌져 속이 더부룩해지기 쉽다. 느끼함을 잡기 위해 술이나 탄산음료를 찾는 경우도 많지만, 이는 일시적인 해소일 뿐 위장에는 오히려 부담을 남긴다.
문제는 입맛이다. 같은 음식이 반복되면 아무리 좋아하던 명절 음식도 금세 질린다. 이때 필요한 건 조리법을 바꾼 또 다른 메인 요리가 아니라, 입안을 정리해주고 식탁의 흐름을 바꿔주는 역할을 하는 반찬이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한 젓가락만으로 분위기를 전환해주는 존재가 필요하다.

이럴 때 추천할 수 있는 반찬이 바로 양배추 생채다. 익히지 않은 채소 특유의 아삭함과 상큼함이 기름진 음식 뒤에 남는 느끼함을 빠르게 정리해준다. 무엇보다 조리 과정이 단순해 명절 연휴 중간에도 부담 없이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양배추 생채의 기본은 채 써는 과정에서 결정된다. 너무 두껍게 썰면 질기고, 너무 얇으면 금세 물이 생긴다. 칼로 얇게 결을 살려 써는 것이 가장 좋고, 슬라이서를 쓸 경우에는 한 번 썬 뒤 손으로 가볍게 풀어 숨을 살짝 죽여준다. 이 과정만으로도 양배추의 풋내가 줄어든다.
물이 생기지 않게 만드는 핵심은 절이지 않는 것이다. 흔히 소금을 넣어 숨을 죽이지만, 생채에서는 오히려 이 과정이 수분을 끌어낸다. 대신 양념을 만들기 전, 키친타월로 표면의 수분만 한 번 닦아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양념은 먹기 직전에 버무려야 아삭함이 유지된다.

양념은 최대한 단순하게 구성하는 것이 좋다. 식초와 소량의 설탕, 소금만으로도 충분히 맛의 균형이 맞는다. 여기에 고춧가루를 약간 더하면 느끼함을 잡아주는 힘이 강해지고, 참기름을 아주 소량만 더하면 풍미가 살아난다. 중요한 것은 양념을 많이 넣지 않는 것이다. 양배추 자체의 수분과 단맛이 살아 있어야 생채의 역할이 분명해진다.
양배추 생채가 명절 음식과 잘 어울리는 이유는 영양에서도 찾을 수 있다. 양배추에는 위 점막을 보호하는 성분이 풍부해 기름진 음식을 먹은 뒤 속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식이섬유 함량도 높아 소화를 돕고, 포만감을 조절해 과식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된다.
또한 생으로 먹을 때 비타민 손실이 적다는 점도 장점이다. 열을 가하지 않기 때문에 비타민 C와 같은 항산화 성분을 그대로 섭취할 수 있다. 명절 기간처럼 식단이 단조로워지기 쉬운 시기에는 이런 신선한 채소 반찬 하나가 영양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

양배추 생채는 주인공이 되려고 나서지 않는다. 하지만 기름진 음식 사이에서 입을 정리해주고, 다음 한 젓가락을 더 맛있게 만들어준다. 명절 음식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 식탁 한쪽에 올려둔 양배추 생채 한 접시는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한다. 느끼함을 없애는 가장 쉬운 방법은, 결국 가장 단순한 반찬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