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 가려진 건설 부진… 한은이 진단한 우리 동네 경제의 이면

2026-02-02 15:16

AI 수요 확대로 반도체 호황, 2026년 지역경제는 개선될까?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1월 지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하반기 국내 지역경제는 호남권을 제외한 수도권과 동남권, 대경권 등 대부분 권역에서 상반기 대비 소폭 개선된 흐름을 보였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서비스업의 완만한 회복세가 전반적인 성장을 견인한 가운데 건설업 부진과 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한 경기 하방 요인으로 조사됐다.

제조업 생산은 권역별 주력 산업의 명암이 엇갈렸다. 수도권과 충청권은 인공지능(AI) 투자 수요 확대에 따른 고부가가치 메모리 반도체(HBM, DDR5 등 고성능 데이터 처리에 최적화된 반도체) 호황과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에 따른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 확대로 생산이 늘었다. 석유정제 업종 역시 지정학적 리스크(지리적 위치와 정치적 상황이 경제에 미치는 위험)로 인한 해외 경쟁업체 가동률 하락의 반사효과를 누리며 동남권과 호남권에서 증가세를 기록했다. 철강 분야는 국내 건설경기 부진과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여파로 고전을 면치 못했으며 자동차 산업 역시 전기차 수요 둔화와 해외 현지 생산 확대로 인해 생산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서비스업 생산은 소비 쿠폰 지급(정부가 소비 활성화를 위해 배포하는 할인권)과 같은 정책적 지원과 내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늘어난 영향으로 모든 권역에서 소폭 증가했다.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은 소비심리 회복과 맞물려 양호한 실적을 냈으며 특히 대경권은 APEC 정상회의 관련 행사 개최로 인한 숙박객 증가 수혜를 입었다. 제주권 역시 단체 여행객 회복과 국제선 증편에 힘입어 관광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업황이 개선됐다. 부동산업은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대책과 거래 회복 지연으로 인해 동남권과 대경권 등에서 상업용 건물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줄어들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건설업 생산은 수도권이 보합세를 유지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에서 뒷걸음질 쳤다. 공사비 상승 부담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 수익성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 기법) 부실 우려, 미분양 주택 적체가 민간 부문의 발목을 잡았다. 공공 부문 역시 사회간접자본(SOC, 도로·철도 등 공공시설) 예산 집행이 줄어들며 부진이 장기화되는 양상이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공정 투자가 조기에 집행된 수도권과 강원권은 늘어난 반면 여타 업종에서 유지보수 위주의 보수적인 기조를 보인 호남권과 대경권은 감소하며 권역별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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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시장은 취업자 수가 전 권역에서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하며 양호한 지표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는 공공서비스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기후에 따른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과 유류세 인하율 축소로 인한 석유류 가격 오름세가 겹치며 강원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상승 폭이 확대됐다. 주택 매매 가격은 수도권에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동남권과 호남권은 상승으로 전환됐으며 충청권과 제주권 등에서는 하락 폭이 축소되는 추세다.

2026년 상반기 지역경제는 반도체 중심의 견조한 제조업 성장세와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에 힘입어 대부분 권역에서 소폭 개선되거나 강보합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는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며 수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변화와 미·중 무역 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은 국내 주요 기업의 생산 계획 달성에 여전한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된다.

home 조희준 기자 chojoo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