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란’이라는 단어가 여권 지도부에서 공개적으로 거론됐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을 두고 민주당 지도부 내부 갈등이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면충돌로 표출됐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합당 추진의 정치적 본질을 두고 “고대 로마의 2인자, 3인자에 의한 반란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합당 구상을 둘러싼 논란이 당내 절차 문제를 넘어 정권 초기 권력 구도와 당의 정체성을 둘러싼 충돌로 번지는 양상이다. 
이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합당 추진을 두고 “이재명의 민주당을 정청래·조국의 민주당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고 규정하며 정청래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정 대표 개인의 독단적 제안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 최고위원은 먼저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의 불출마 결정을 언급하며 “이광재 전 지사가 불출마하면서 ‘우상호 전 정무수석의 선거를 돕겠다’고 한 선당후사의 태도를 높게 평가하며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당내 핵심 쟁점인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와 관련해 “국민주권주의는 헌법에 규정돼 있고 당원주권주의 역시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 때문에 1인1표제에는 찬성한다”고 밝혔다. 다만 “충분한 정보 제공과 숙고 없이 속도전으로 O·X만 묻는 방식은 당원을 거수기로 전락시키는 인민민주주의적 방식에 불과하다”며 “민주주의를 어떻게 실질적으로 발전시킬지 깊이 고민하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과 관련해 “지난주 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정 대표의 합당 제안이 의원과 당원, 최고위조차 패싱한 독단적 결정이며 당의 공식 제안이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며 “대표의 공식 사과와 제안 철회를 요구했지만 이후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적 선결 절차를 패싱한 어떤 합당 논의나 협상도 유효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자신이 통합론자임을 전제로 “혁신당은 물론 12·3 비상계엄 해제 결의에 참여했던 국민의힘 의원들까지 포함해 내란 종식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이라는 큰 틀에 동의하는 모든 정치 세력이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대와 협력의 의미의 통합과 양당의 합당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며 시기와 방법, 정부와 대통령에 미치는 영향도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의 중도 실용 노선을 뒷받침하는 민주당 중심의 흡수 합당이 아닌, 혁신당의 DNA를 유지한 채 진행하는 합당은 논의 대상 자체가 되기 어렵다”며 “이는 혁신당에 대한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집권여당의 책임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이재명 정부의 중도 실용 노선을 신뢰해 압도적 지지를 보냈는데, 당이 독자 노선을 추구하거나 노선 갈등이 심화되면 당과 대통령 지지율이 디커플링 돼 결국 국정 지지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열린우리당 시즌2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 최고위원은 혁신당의 정책 노선을 직접 언급하며 “토지공개념뿐 아니라 탈원전, 핵잠수함, 미국의 대외 전략, 일본과의 공급망 협력 연대 등에서 이재명 정부의 현실주의·국익 중심 실용 노선과 다른 입장을 공공연히 표명해 왔다”며 “국민은 혁신당이 이재명 정부 노선과 궤를 같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최근 여론조사를 언급하며 “중도층, 서울·수도권과 부·울·경, 2030 세대에서 합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상당히 크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난다”고 밝혔다. 다만 “혁신당의 노선과 정책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존중한다”면서도 “정권 초기에 섣부른 합당으로 노선 갈등을 키워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최고위원은 “지금까지처럼 윤석열 같은 거대한 빌런에 맞서 싸울 때나 검찰 개혁 등 공통 아젠다에서는 적극 협력하고 연대하면서 따로 또 같이 가는 것이 낫다”며 “그것이 양당의 지지층을 온전히 대변하고 지지율 합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고대 로마에서는 2인자, 3인자에 의한 반란이 빈번했다”며 “최근 상황을 보면 고대 로마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있을 수 없다”며 “대통령 임기 초, 대통령 지지율이 높고 권한이 강력한 시점에 2인자, 3인자들이 판과 프레임을 바꾸려는 욕망이 표출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기 합당은 민주당의 주류 교체 시도이자 이재명의 민주당을 정청래·조국의 민주당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며 “다가오는 지방선거도 이재명 정부 국정 지지로 충분한데 굳이 간판을 바꿀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정부 출범 1년도 안 된 시점의 조기 합당은 차기 대권 논쟁을 조기 점화해 입법과 정책보다 차기 권력 구상 논쟁으로 시간을 날릴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 최고위원은 혁신당 대표의 최근 발언을 언급하며 “차기 정부 구상 차이를 언급한 것은 시기적으로 매우 부적절하다”며 “정권 초기에 당의 시선이 대통령보다 차기 권력 구조로 이동하면 국정 집중도와 입법 속도 모두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 합당 논의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이 문제는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전체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내란 극복 이후 어렵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국정이 흔들림 없이 뒷받침돼야 하며, 지금은 프레임을 바꿀 시간이 아니라 대통령의 국정 성공을 뒷받침해야 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혁신당과의 관계도 지금처럼 협력과 연대를 통해 충분히 이어갈 수 있다”며 “지금은 이재명 정부의 성공에 당력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 중앙위원회는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포함한 당헌 개정안을 표결에 부치는 안건을 의결했다. 온라인 투표는 오는 3일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당 지도부는 지난달 중앙위에서 개정안이 부결된 배경으로 짧은 투표 시간을 지목해 이번에는 투표 기간을 이틀로 늘렸다.
민주당과 혁신당 간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 토지공개념 등 혁신당이 주장하는 정책 노선을 문제 삼는 비판이 나오자 혁신당은 이날 ‘신(新) 토지공개념 입법 추진단’ 출범을 예고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조국 대표는 “이재명 정부를 함께 세운 우당을 제멋대로 활용하지는 말아달라”며 민주당을 향해 경고성 발언을 내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