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지 5년 넘었다면?… 300만 명 데이터가 찾아낸 생존 '변수'

2026-02-02 10:36

1인 가구 조기 사망 위험 25~43% 높은 이유는?

1인 가구가 다인 가구보다 조기 사망할 위험이 높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한국과 영국의 대규모 건강 데이터를 분석해 1인 가구의 사회적 고립과 생활 습관 악화가 건강에 미치는 핵심 변수임을 과학적으로 입증했으며, 건강한 생활 습관 실천만으로도 이러한 취약성을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약 15년에 걸쳐 한국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 약 244만 명과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데이터 약 50만 명의 대규모 코호트(동일 집단) 자료를 활용해 동·서양 1인 가구의 건강 위험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다인 가구와 비교했을 때 1인 가구의 전체 사망 위험은 한국인에서 25%, 영국인에서 2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5세 이전에 사망하는 조기 사망 위험은 한국 1인 가구에서 35%, 영국 1인 가구에서 43% 증가하며 더 두드러진 격차를 보였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독거 생활의 지속 기간 역시 사망 위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확인됐다. 1인 가구로 전환된 초기나 5년 미만인 단계에서는 사망 위험이 크게 증가하지 않았으나, 독거 생활이 5년 이상 장기화될 경우 사망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가구 구성원 수가 많을수록 사망 위험은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패턴을 보였으며, 특히 두 명 이상이 함께 사는 가구에서 실질적인 사망 위험 감소 효과가 관찰됐다.

이러한 사망 위험 증가에는 경제적, 심리적 요인과 생활 습관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었다. 인과 매개분석 결과 소득 수준은 사망 위험 증가에 약 42.3%의 기여도를 보이며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이외에도 사회적 박탈 지수(거주 환경이나 사회적 혜택 등에서 소외된 정도), 흡연, 우울 증상, 외로움이 주요 매개 요인으로 식별됐다. 신체적 지표로는 당화혈색소(HbA1c, 최근 2~3개월 동안의 평균 혈당 수치)와 C-반응성 단백질(몸속 염증 반응을 나타내는 수치)이 상당한 매개 효과를 나타냈으며, 질환 중에서는 심혈관질환과 당뇨병, 고혈압 순으로 영향이 컸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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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과 연령대에 따른 취약성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남성, 65세 미만의 젊은 연령층, 저소득층에서 1인 가구의 사망 위험이 특히 높게 나타났다. 흡연자이면서 1인 가구인 경우 비흡연 다인 가구 대비 조기 사망 위험이 한국은 2.6배, 영국은 3.7배까지 치솟는 것으로 분석됐다. 당뇨나 고혈압 등 주요 만성질환을 가진 1인 가구 역시 사망 위험이 약 2배, 조기 사망 위험은 최대 4배까지 증가하며 질병 관리에 더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건강한 생활 습관을 실천할 경우 이러한 위험은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금연, 절주, 규칙적인 운동을 모두 실천하는 1인 가구는 이를 실천하지 않는 이들에 비해 전체 사망 위험이 57%, 조기 사망 위험은 44% 감소했다. 영국 데이터에서는 이러한 보호 효과가 더 극명해 모든 건강 습관 실천 시 조기 사망 위험이 75%까지 낮아졌다. 연구팀은 건강 습관의 보호 효과가 다인 가구보다 1인 가구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상호작용을 확인했으며, 생활 습관 개선이 독거로 인한 건강 취약성을 극복하는 핵심 열쇠임을 증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저명한 국제 학술지 메이요 클리닉 프로시딩(Mayo Clinic Proceedings)에 게재됐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1인 가구, 특히 저소득 및 사회적 고립 계층을 위한 맞춤형 만성질환 예방 서비스와 사회적 지지망 강화를 위해 관계 부처와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남재환 국립보건연구원장은 1인 가구의 증가가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고립 해소와 관계망 구축을 위한 정책적 근거를 제공하는 데 이번 연구의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home 조희준 기자 chojoo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