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설탕 부담금' 논의 시동... 식품업계 “원가 압박·물가 상승” 우려

2026-02-01 18:44

해외 설탕세 실패 사례, 우리나라는 다를까

이재명 대통령이 소위 '설탕세'로 불리는 설탕 부담금 도입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식품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여권을 중심으로 관련 토론회와 입법 움직임이 가속화되자, 업계는 제조 원가 상승과 그에 따른 물가 부담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 'K-스타트업이 미래를 만든다'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 'K-스타트업이 미래를 만든다'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31일 정치권과 관련 산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2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설탕세 관련 보도를 공유했다. 이 대통령은 해당 게시물에서 담배에 부과하는 부담금처럼 설탕 사용을 억제하고, 확보된 재원을 지역 및 공공 의료 강화에 재투자하는 방안에 대해 국민 의견을 물었다. 특히 일반 재정으로 편입되는 세금과 달리 특정 목적을 위해 부과하는 '부담금' 형태라는 점을 명확히 하며 논의의 물꼬를 텄다.

현재 담배의 경우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이 부과되고 있다. 궐련형 담배 20개비당 841원, 전자담배 액상 1ml당 525원 수준이다. 이를 통해 매년 발생하는 약 3조 원의 준조세는 금연 홍보, 흡연 피해 지원, 보건의료 연구 등에 활용된다. 이와 유사한 체계를 설탕에도 적용해 국민 건강 증진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정치권의 법적 검토도 속도를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의원은 내달 12일 '설탕 과다 사용 부담금'에 관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 역시 가당 음료와 고당도 식품에 부담금을 매기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가세했다.

정치권의 이러한 움직임에 식품업계는 곤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설탕은 음료를 비롯해 과자, 빵, 유제품, 장류 등 대다수 가공식품의 핵심 원료이기 때문이다. 설탕에 부담금이 붙을 경우 산업 전반의 원가 구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현장의 한 관계자는 세금과 부담금의 명칭 차이는 실질적으로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제품 원가 압박으로 이어지는 결과는 동일하다는 이유에서다. 고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부담이 겹친 상황에서 설탕 가격까지 오르면 최종 제품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물가 상황에서 부담금이 도입되면 소비자 가격 전가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인공 감미료로 대체하려 해도 맛의 변화나 대체재 자체의 비용 상승, 안전성 논란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실제로 조세재정연구원은 프랑스와 멕시코의 사례를 들어 설탕세 도입 비용이 결국 소비자에게 넘어갔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설탕세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따르면 현재 100여 개 국가가 가당 음료 과세를 시행 중이다. 영국의 경우 2018년 부담금 도입 이후 음료의 당 함량이 30%가량 줄어드는 성과를 거뒀으나, 이것이 실제 비만율이나 당뇨 유병률 감소로 직결됐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과도한 과세가 부작용을 낳은 사례도 있다. 노르웨이는 2018년 설탕 관련 세율을 대폭 올렸으나, 인접국으로 가서 설탕 제품을 사 오는 '원정 쇼핑'이 급증하자 2020년 세율을 다시 낮췄다. 덴마크는 물가 상승과 소비 위축을 이유로 2014년 소다세를 완전히 폐지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생활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오히려 당 관련 세금을 내리는 추세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식품산업협회 측은 담뱃세의 사례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세금 부과를 통한 억제 효과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식품업계가 지불하는 막대한 부담금이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국민 경제에 부담만 지울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