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일부 방향제 제품에서 과거 수많은 피해자를 낳았던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원인 성분이 대거 검출돼 소비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무심코 구매한 제품이 일상 속 호흡기를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해외 온라인 유통사에서 판매 중인 제품을 대상으로 무작위 안전성 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 대상 3876개 중 563개 제품이 국내 안전기준에 부적합했다고 밝혔다. 전체의 14.5%에 해당하는 수치로, 생활화학제품과 장신구, 석면 우려 제품 전반에서 문제가 확인됐다.

조사 대상은 방향제·세정제 등 생활화학제품 2000개, 귀걸이·목걸이 등 금속장신구 1536개, 오토바이 브레이크 패드 등 석면 함유 우려 제품 340개였다. 이 가운데 생활화학제품 357개, 금속장신구 149개, 석면 함유 우려 제품 57개에서 국내 기준을 초과한 유해 성분이 검출됐다.
특히 인센스스틱 등 방향제 제품에서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조사 결과 115개 제품에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원인 물질로 지목됐던 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치아졸리논(MIT)이 다량 검출됐다. 테무에서 판매된 라벤더 향 인센스스틱의 경우 CMIT는 1kg당 498mg, MIT는 169mg이 검출됐는데, 이는 과거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됐던 농도보다 4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CMIT와 MIT는 살균·보존 효과가 있어 한때 다양한 제품에 사용됐지만,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통해 치명적인 독성이 확인된 이후 국내에서는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천식과 호흡곤란을 유발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폐가 굳어지는 폐 섬유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방향제나 인센스스틱처럼 불에 태우는 제품의 경우, 성분이 기화돼 그대로 호흡기를 통해 흡입된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더욱 크다. 국내 기준상 해당 성분은 방향제에 단 1mg도 포함돼서는 안 된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된 일부 탈취제에서는 포름알데히드가 안전기준을 초과하거나 MIT 성분이 검출됐다. 포름알데히드는 호흡기와 피부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고, 고농도 노출 시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된다.

금속장신구에서도 심각한 수치가 확인됐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된 귀걸이에서는 납이 1.407% 검출됐고, 또 다른 귀걸이에서는 카드뮴이 35.7%에 달했다. 국내 기준은 납 0.009% 이하, 카드뮴 0.1% 미만이다. 쿠팡에서 판매된 여성용 팔찌에서도 납 3.371%, 카드뮴 84.5%가 검출됐으며, 반지 제품에서도 카드뮴이 89.7%에 이르는 사례가 확인됐다.
석면 함유 제품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된 오토바이 브레이크 패드에서는 백석면이 20% 검출됐다. 국내 석면 함량 기준은 1% 이하로,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기후부는 문제가 확인된 제품 정보를 초록누리, 석면관리종합정보망, 소비자24 등에 공개하고, 해외 온라인 유통사에 판매 차단을 요청했다. 또한 관세청과 협조해 해당 제품의 국내 반입이 차단되도록 조치했다.
정부는 소비자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화학제품은 화학제품안전법에 따라 안전기준 적합 확인을 거쳐 신고번호를 부여받고, 이를 제품 라벨에 표시해야 한다. 해외 직구 제품을 구매할 경우에도 안전기준 적합 확인 마크와 신고번호 유무를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인센스스틱은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을 피하고, 연기를 직접 흡입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한편 재작년 4~12월 실시된 유사 조사에서도 1148개 제품 중 155개가 국내 안전 기준에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기후부는 올해 조사 대상을 4250개로 확대해 해외 유통 제품에 대한 안전성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다. 값싼 가격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는 경고가 다시 한 번 소비자 앞에 놓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