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앞에 오래 서지 않아도 되고 재료 손질도 간단한데, 먹고 나면 몸이 한결 가벼운 음식이 있다. 양배추 술찜은 겨울철 집에서 술 한잔 곁들이기 좋은 메뉴로 조용히 입소문을 타고 있다. 기름 없이 쪄내는 방식 덕분에 부담이 적고, 양배추 특유의 단맛이 술과 만나 의외의 깊은 풍미를 만든다.
양배추 술찜의 기본은 이름 그대로 단순하다. 큼직하게 썬 양배추와 술, 그리고 약간의 간만 있으면 된다. 양배추는 심을 제거한 뒤 한입 크기보다 조금 크게 써는 것이 좋다. 너무 잘게 자르면 찌는 동안 수분이 빠져나와 흐물거릴 수 있다.

팬이나 냄비 바닥에 양배추를 깔고 술을 붓는다. 이때 사용하는 술은 청주나 사케가 가장 무난하지만, 집에 있는 소주나 맛술도 충분하다. 술은 향을 더하고 잡내를 잡는 역할을 하며, 찌는 동안 알코올은 대부분 날아간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도 크게 부담되지 않는 이유다.
불은 중불이 적당하다. 뚜껑을 덮고 몇 분만 지나도 양배추에서 수분이 나오며 자연스러운 찜 상태가 만들어진다. 별도의 물을 추가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양배추가 투명해지고 부드럽게 숨이 죽으면 완성에 가깝다. 이때 소금을 아주 소량만 넣어도 맛의 윤곽이 또렷해진다.
양배추 술찜이 특히 겨울에 어울리는 이유는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특성 때문이다. 양배추에는 위 점막을 보호하는 성분이 풍부해 술자리에 곁들이기 좋다. 기름진 안주와 달리 위에 부담을 주지 않아, 술을 마신 뒤 더부룩함이 덜하다. 그래서 늦은 밤 혼술 안주로도 잘 어울린다.

맛의 포인트는 양배추 자체에 있다. 찌는 과정에서 양배추의 단맛이 응축되면서 별다른 양념 없이도 충분한 감칠맛이 난다. 여기에 후추를 살짝 뿌리거나, 버터를 아주 조금 올려 마무리하면 풍미가 한층 깊어진다. 단, 버터를 넣을 경우 양배추의 담백함이 가려질 수 있어 소량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양배추 술찜은 응용 폭도 넓다. 얇게 썬 돼지고기나 베이컨을 함께 넣으면 단백질이 더해져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 해산물을 좋아한다면 조개나 새우를 곁들여도 잘 어울린다. 다만 재료를 추가할수록 술의 양은 조금 더 늘려야 잡내 없이 깔끔한 맛을 낼 수 있다.

조리 후 남은 국물도 버리지 않는 것이 좋다. 양배추의 단맛과 술의 향이 어우러진 국물은 따로 간을 하지 않아도 시원하다. 밥을 말아 먹거나, 다음 날 국물 요리의 베이스로 활용해도 좋다.
복잡한 양념 없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맛을 내는 것이 양배추 술찜의 매력이다. 겨울밤, 속을 편안하게 달래주는 안주가 필요하다면 기름 대신 술로 찌는 양배추 한 냄비가 의외로 좋은 선택이 된다. 단순하지만 그래서 더 자주 찾게 되는 음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