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캐나다가 미국산 걸프스트림 제트기 인증을 거부했다며 캐나다산 항공기 인증을 취소하고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캐나다가 부당하고 불법적으로 걸프스트림 500, 600, 700, 800 제트기 인증을 거부했다"며 "이들은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기술적으로 진보한 항공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캐나다가 인증 절차를 통해 걸프스트림 제품의 캐나다 내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며 "위대한 미국 기업인 걸프스트림이 완전히 인증받을 때까지 봄바르디에 글로벌 익스프레스와 캐나다에서 제작된 모든 항공기의 인증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상황이 즉시 시정되지 않으면 미국으로 판매되는 모든 캐나다산 항공기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항공 분석업체 시리움은 미국에 등록된 봄바르디에 글로벌 익스프레스 항공기가 115개 운영사에서 운용하는 150대에 달한다고 밝혔다. 플라이트레이더24는 X에서 미국을 오가는 캐나다산 항공기가 400대 이상이라고 전했다.
봄바르디에와 걸프스트림은 비즈니스 제트기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라이벌 관계다. 미국 일반항공제조업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몬트리올에 본사를 둔 봄바르디에는 2024년 걸프스트림보다 8대 많은 146대를 생산했지만, 걸프스트림은 83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봄바르디에의 63억 달러를 앞질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인증 취소 권한에 대해선 전문가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항공컨설팅전문가 소속 로스 에이머 최고경영자(CEO)는 "그에게 그런 권한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캐나다가 우리 요구대로 하지 않는다고 해서 항공기 인증을 취소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캐나다 맥길대에서 항공 리더십을 가르치는 존 그래덱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는 "걸프스트림이 일부 모델의 전자기기와 항법 시스템을 변경해 비행 거리와 탑재량을 늘렸고, 캐나다 항공 규제 당국이 변경 사항을 검토하고 있다"며 "우리는 걸프스트림 인증을 취소한 게 아니라 서류를 검토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항공 규정에 따르면 항공기가 설계된 국가가 안전성을 보증하는 1차 인증을 담당하고, 다른 국가들은 통상 1차 규제 당국의 결정을 검증하지만 거부하거나 추가 자료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보잉 737 맥스 사태 이후 유럽 규제 당국은 일부 미국 인증 결정에 대한 승인을 지연시키고 추가 설계 변경을 요구해 미 연방항공청(FAA)과 긴장이 빚어진 바 있다.
이번 조치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왔다. 카니 총리는 지난 20일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연설에서 미국이 한때 옹호했던 규칙 기반 국제 질서의 종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카니 총리에게 "감사하지 않다"고 비난했으며, '평화 위원회' 초청을 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주말 캐나다가 중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하면 캐나다산 제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도 이번 주 카니 총리의 다보스 연설을 언급하며 총리가 "값싼 정치적 득점을 위해 싸움을 걸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한편 미 상무부는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봄바르디에 상용 여객기에 관세를 부과하며 캐나다 기업이 불공정한 정부 보조금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낮은 가격에 항공기를 판매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미 국제무역위원회는 봄바르디에가 미국 산업에 피해를 주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봄바르디에는 이후 비즈니스 제트기와 개인 제트기 시장에 집중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