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조선 시장의 패러다임이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는 가운데, ‘K-조선’의 기술 경쟁력이 다시 한번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선박 건조를 넘어 탄소중립이라는 공통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 분야에서 한국 조선사들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는 모습이다.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일본 최대 해운사 중 하나인 MOL과 1만 2000세제곱미터급 액화 이산화탄소(LCO₂) 운반선 2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에 따라 해당 선박은 길이 150m, 너비 28m, 높이 15m 규모로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건조되며, 2029년 하반기까지 순차적으로 선주사에 인도될 예정이다.
이번에 수주한 선박은 현재까지 발주된 중압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다. 일반적으로 중압 방식 선박은 저압 방식보다 탱크 설계압이 높아 대용량 적용 시 탱크 두께·중량 증가 등으로 제작 난이도가 커지는 편이지만, HD한국조선해양은 이번 수주를 통해 중압형 중에서도 최대 규모급 선박을 건조할 역량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액화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액화석유가스(LPG)까지 안정적으로 운송할 수 있는 다목적 화물 처리 시스템을 적용해 운용 효율을 높인 점도 특징이다. 여기에 친환경 LNG 이중 연료 추진 엔진을 탑재해 강화되는 국제 환경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했으며, 북해 등 극지 환경에서도 안전한 항해가 가능하도록 내빙(Ice Class) 설계 기술을 적용했다. 또한 선수와 선미에 별도의 추진기를 장착해 좁은 항만에서도 정교한 접안·이안이 가능하도록 조종 성능을 강화했다.
수주한 선박들은 인도 이후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쉘, 토탈에너지, 에퀴노르가 공동 설립한 ‘노던라이츠 합작회사’의 탄소포집저장(CCS)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이 프로젝트는 유럽 전역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노르웨이 해상 터미널로 운송한 뒤 북해 해저 지층에 영구 저장하는 국가 간 상업용 이산화탄소 운송·저장 서비스로, 세계 최초 사례로 평가된다. 지난해 연간 150만 톤 규모의 1단계 설비가 가동을 시작했으며, 2028년 2단계 가동을 통해 연간 최소 500만 톤 이상의 저장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3년과 2024년에 걸쳐 총 4척의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을 수주한 데 이어, 올해 초 첫 번째 선박을 성공적으로 인도하며 건조 역량을 입증했다. 이번 수주는 신시장으로 떠오르는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시장 확대가 기대되는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 분야에서 저압·중압 저장 기술을 모두 확보해 고객 요구에 적극 대응하며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조선업계 내 최고의 기술과 건조 경험을 바탕으로 고품질 선박을 성공적으로 건조해 글로벌 탈탄소 흐름에 기여하겠다"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