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은행 채용 비리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났다. 대법원이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다. 성차별 채용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형이 확정됐으나, 경영권 박탈 사유인 '금고 이상의 형'을 피하면서 남은 임기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서경환)는 29일 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함 회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 중 업무방해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환송했다. 2018년 6월 검찰의 기소 이후 약 7년 6개월 만에 나온 대법원판결이다.
함 회장은 은행장 재임 당시인 2015·2016년 공채 과정에서 인사부에 특정 지원자의 합격을 지시하고, 남녀 합격 비율을 4대 1로 사전에 정해 여성을 차별 채용했다는 혐의로 2018년 기소됐다.
1심은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2016년 합숙 면접 합격자 선정과 관련해 부정합격에 개입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1심을 일부 파기하고 함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날 대법원은 함 회장이 채용 비리에 공모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1심이 무죄로 판단했으나 원심(2심)이 이를 뒤집고 유죄로 판단한 함 회장의 업무방해 부분과 관련해 함 회장이 공모했다는 직접적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1심 및 원심에서 증언한 인사부 채용 담당자들의 증언에 신빙성이 있고 원심이 들고 있는 여러 간접사실만으로는 위 증언의 신빙성을 배척할 만큼 우월한 증명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에 대한 상고는 기각해 벌금형 유죄를 확정했다.
현행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5조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에 있는 사람은 금융회사의 임원이 될 수 없으며 재직 중인 경우 그 직을 잃게 된다.
만약 최종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다면 함 회장은 즉시 퇴진해야 했고, 그룹은 비상 승계 절차에 돌입해야 했다. 하지만 유죄가 확정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가 벌금형에 그치면서 함 회장은 오는 2028년 3월까지 예정된 임기를 그대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판결 직후 하나금융그룹은 환영의 뜻을 전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가미래성장과 민생안정 지원을 위한 생산적금융 공급 및 포용금융 확대에 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