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싸라기 용산까지... 정부, 수도권 핵심부지 포함 6만가구 공급

2026-01-29 11:59

도심 수요 정조준 주택공급 카드 꺼내든 이재명정부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외국인 투자 기업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외국인 투자 기업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1

서울과 수도권 집값 불안이 다시 고개를 들자 정부가 ‘금싸라기’로 불리는 용산을 포함해 도심 핵심 입지를 겨냥한 대규모 주택공급 카드를 꺼냈다. 용산과 태릉, 과천 경마장 등 선호도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총 6만가구를 신속 공급해 수급 불안을 진정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29일 주택공급촉진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해 9·7 주택공급 대책의 후속 조치로, 외곽 신도시 위주의 공급 기조에서 벗어나 수요가 집중되는 도심과 준도심 핵심 입지에 직접 물량을 투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지고, 실수요자 중심의 대기 수요가 누적되자 공급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이번에 제시된 공급 물량은 총 6만가구다. 서울이 3만2000가구, 경기가 2만8000가구, 인천이 100가구다. 이는 판교신도시 공급 물량의 약 2배 규모이며, 개발 면적으로는 여의도의 약 1.7배에 해당한다. 정부는 역세권과 직주근접 입지를 중심으로 청년과 신혼부부 등 무주택 실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는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26일 서울 강남, 서초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 뉴스1
26일 서울 강남, 서초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 뉴스1

서울에서는 용산 일대 공급이 핵심으로 제시됐다. 용산국제업무지구에는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해 기존 계획보다 4000가구 늘어난 총 1만가구가 공급된다. 정부는 관계기관 협의를 조속히 마무리한 뒤 사업계획 변경 절차를 거쳐 2028년 착공을 추진할 방침이다. 남영역과 삼각지역 인근 캠프킴 부지에는 2500가구가 공급되며, 미군 반환 부지인 501정보대 부지에는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소형 주택 150가구가 들어선다.

노원구 태릉골프장 부지도 공급 대상에 포함됐다. 정부는 문화재와 경관 훼손 논란을 고려해 공급 규모를 6800가구로 조정하고, 중저층 중심의 주거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세계유산영향평가와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병행해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고, 2030년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한다.

경기 과천에서는 경마장과 국군방첩사령부 이전 부지를 통합 개발해 9800가구를 공급한다. 지하철 4호선과 광역 도로망 접근성이 뛰어난 입지로, 정부는 해당 부지를 직주근접 기업도시 형태로 조성해 주거와 일자리를 함께 배치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올해 상반기까지 이전 계획을 수립하고 지구 지정을 병행해 2030년 착공을 추진한다는 일정도 제시됐다.

성남에서는 판교 테크노밸리와 성남시청 인근 금토·여수 지구에 약 67만4000㎡ 규모의 신규 공공주택지구를 지정해 6300가구를 공급한다. 판교 업무지구 접근성이 뛰어난 입지로, 인허가와 보상 절차를 거쳐 2030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도심 내 노후 공공청사와 연구기관 부지를 활용한 공급도 병행된다.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 성수동 옛 경찰기마대 부지, 쌍문동 교육연구시설, 수원우편집중국 부지 등 34곳에서 약 1만가구가 공급된다. 해당 부지들은 주택과 업무·생활시설을 결합한 복합 개발 방식으로 추진되며, 착공 시점은 2028~2030년으로 제시됐다.

정부는 사업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기업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추진하고, 국유재산 심의와 인허가 절차를 병행해 공급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기존 시설 이전이 필요한 부지는 2027년까지 이전 결정과 착수를 마무리하도록 범부처 차원에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공급 예정지와 주변 지역은 즉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며, 미성년자·외지인·법인 매수 등 이상 거래에 대해서는 정밀 분석 후 수사 의뢰가 이뤄진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공급 물량 자체보다 공급 입지에 있다. 6만가구라는 숫자만 놓고 보면 과거 대규모 공급 대책과 비교해 압도적인 규모는 아니다. 그러나 용산, 태릉, 과천, 판교 인접지 등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 물량을 집중 배치했다는 점에서 시장에 주는 신호는 이전과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곽 택지 공급만으로는 서울 핵심지 진입을 노리는 수요를 진정시키기 어렵다는 점을 정부가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상징성이 가장 크다. 용산역 직결 입지라는 희소성에 더해, 주거·업무·상업 기능을 결합한 복합 개발 방식이 제시되면서 장기적인 도시 구조 재편의 출발점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착공 시점을 2028년으로 비교적 명확히 제시한 것도 장기 대기 수요를 관리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태릉과 과천 부지는 그동안 개발 논란과 지연을 반복해온 대표적인 후보지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물량 조정과 개발 방식 전환을 통해 현실성을 높이는 데 방점을 찍었다. 태릉은 문화재 논란을 감안해 중저층 중심으로 방향을 틀었고, 과천은 단순 주거 공급을 넘어 직주근접 기업도시 구상을 제시했다. 이는 공급 확대와 함께 지역 반발과 사업 지연 가능성을 동시에 관리하려는 접근으로 풀이된다.

다만 단기적인 집값 안정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당수 사업의 착공 시점이 2028~2030년으로 제시돼 실제 입주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공급 발표가 심리 안정에는 기여할 수 있지만, 단기간에는 매물 부족과 이사철 수요가 맞물리며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일회성 공급 카드로 한정하지 않고, 도심 유휴부지와 공공기관 이전지를 추가 발굴해 순차적으로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 지속적으로 물량을 투입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명확히 하면서, 시장의 기대 형성과 투기적 움직임을 동시에 관리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