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결국 한동훈 축출... 보수 정당사에서 전례 찾기 힘든 일대 사건

2026-01-29 10:31

'보수 적통 경쟁' 전면전 시작... 보수진영 '심리적 분당' 현실화

한동훈(왼쪽) 전 국민의힘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 뉴스1
한동훈(왼쪽) 전 국민의힘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 뉴스1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가 29일 오전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제명안을 최종 의결한 것은 보수 정당사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상징적 사건이자 극단적인 승부수로 기록될 전망이다. 장동혁 대표 체제는 '쌍특검 저지'라는 대여 투쟁의 선명성을 기치로 내걸고 단식 정국을 통과하며 당내 주도권을 확실히 틀어쥐었고, 그 마침표로 한 전 대표와의 결별을 선택했다. 이는 중도 확장성 대신 전통적 지지층 중심의 '보수 적통 기강'을 확립하겠다는 지도부의 강력한 의지가 투영된 결과다.

한 전 대표 제명 결정은 '당원 게시판 사태'를 기점으로 촉발된 당내 갈등이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극단적인 인적 청산으로 귀결됐음을 의미한다. 지도부는 단식 정국을 통해 확보한 당내 결속력을 바탕으로 기강 확립이라는 명분을 앞세웠으나 유력 대권 주자를 축출했다는 점에서 보수 진영 전체에 미칠 파장은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한 전 대표가 당중앙윤리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징계 처분에 이의가 있을 경우 10일 이내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으나, 한 전 대표는 지난 23일까지 이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한 전 대표가 당내 행정 절차를 통한 복귀보다는 당 밖에서의 여론전을 통한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로 한 전 대표는 재심 기한 직후 열린 장외 집회에 온라인 메시지를 전달하며 지도부를 '가짜 보수'로 규정하는 등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분명히 했다. 자신에게 배타적으로 적용되는 당의 시스템을 따르기보다는 팬덤 동력을 이용해 당 외부에서 지도부를 압박하고, 다음달 8일로 예정된 잠실 토크콘서트를 기점으로 자신만의 정치적 영토를 구축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당 지도부는 한 전 대표가 스스로 당내 구제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점을 제명 확정의 행정적 근거로 활용하게 됐다.

장동혁 대표 체제는 한 전 대표를 배제하는 동시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상징성을 결합한 새로운 '보수 빅텐트'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박 전 대통령이 장 대표의 단식 현장을 직접 방문해 지지 의사를 밝힌 사건은 당내 권력의 추가 지도부로 급격히 쏠리는 계기가 됐다. 장 대표는 이러한 상징적 지지를 받는 동시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 기존의 비주류 인사들까지 대여 투쟁의 틀 안으로 끌어들여 보수 재편 작업을 가속화했다. 지도부는 이를 '선별적 통합'으로 명명하며 보수의 단일 대오를 강조하고 있으나, 인적 구성의 측면에서는 사실상 한 전 대표 지지 세력과 기존 당권파 사이의 물리적 단절이 완성된 셈이다.

다만 문제가 있다. 정치적 득실 측면에서 당의 지지율 정체와 핵심 지지층의 분열이 냉혹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 내부에선 한 전 대표의 제명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절반에 육박하며 지도부의 결정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러나 정작 당 전체 지지율은 장 대표 취임 이후 최저치에 머문다.

한국갤럽이 지난 20~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포인트 하락한 22%를 기록했다. 장 대표가 지난해 8월 취임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무선전화 가상번호로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된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p), 접촉률은 43.4%, 응답률은 12.3%다.

이 같은 결과는 중도층 지지자가 대거 이탈했음을 보여주는 지표일 수 있다. 지도부가 내부 기강을 바로잡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르나 선거 승리에 필수적인 외연 확장성을 희생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지점이다. 내부 순도는 높아졌으나 당의 전체적인 동력은 위축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향후 정국은 한 전 대표의 장외 정치적 실력 행사와 6월 지방선거라는 거대한 변수를 중심으로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대표는 원외 신분으로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동시에 다음 달 토크콘서트를 통해 자신의 팬덤과 정치적 영향력을 증명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한 전 대표가 장외에서 독자적인 결집력을 보여줄 경우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를 분열했다는 책임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장 대표가 구축한 빅텐트가 지방선거에서 성과를 낸다면 한 전 대표의 정치적 공간은 급격히 좁아진다. 한 전 대표 제명 확정이라는 강수가 보수 진영의 질서 있는 재편으로 이어질지, 혹은 보수 공멸로 가는 분열의 시작이 될지는 향후 민심의 향방에 달려 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