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다 남은 김치국물이 생겼다면 당장 냉동실로 직행하자?!

김치를 다 먹고 난 뒤 통 바닥에 남는 김치국물은 대부분 그대로 버려진다. 하지만 이 국물을 냉동실에 얼려두면 여름철 냉면과 냉국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육수가 된다. 단순한 절약 차원을 넘어, 발효에서 나온 감칠맛을 그대로 살리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실제로 요리 고수들 사이에서는 이미 검증된 방법으로 통한다.

김치국물은 배추와 양념이 숙성되는 과정에서 유산균과 아미노산, 유기산이 자연스럽게 쌓인다. 마늘과 생강, 젓갈에서 나온 풍미까지 더해져 별도의 조미 없이도 기본 맛의 밀도가 높다. 이 국물을 그대로 얼리면, 얼음이 녹으며 싱거워지는 일반 육수와 달리 끝까지 맛의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냉면에서 중요한 차가움과 농도를 동시에 잡는 구조다.
다만 그냥 국물을 부어 얼렸다가 붓는 방식은 실패 확률이 있다. 김치국물에는 고춧가루 입자와 마늘 조각이 많아 그대로 쓰면 텁텁하고 목 넘김이 거칠어질 수 있다. 먼저 고운 체나 면포로 한 번 걸러 맑은 국물만 받아두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단계만 거쳐도 완성도 차이가 확연하다.

간 조절도 중요하다. 김치국물만 100% 쓰면 염도가 높고 산미가 튈 수 있다. 시판 냉면 육수와 1대1로 섞으면 안정적인 맛을 만들기 쉽다. 시판 육수가 없다면 물에 설탕과 식초를 소량 넣고, 연두나 치킨스톡을 아주 약하게 더해 희석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이때 목표는 간이 맞는 완성 맛이 아니라, 국수를 말았을 때 딱 맞아질 정도의 약간 짭짤한 수준이다.
섞은 육수는 지퍼백이나 얕은 용기에 얇게 담아 얼리는 것이 좋다. 두껍게 얼리면 살얼음 질감을 만들기 어렵다. 얇게 얼린 뒤 먹기 직전에 손이나 방망이로 가볍게 깨주면, 냉면집에서 나오는 것과 비슷한 살얼음 육수가 된다. 이 상태로 열무김치, 오이채, 삶은 면을 올리면 별도의 육수 없이 한 그릇이 완성된다.

김치 상태에 따른 조절도 필요하다. 너무 시어진 김치에서 나온 국물은 군내가 도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설탕을 소량 더해 산도를 눌러주는 것이 현실적인 해결책이다. 반대로 덜 익은 김치국물은 향이 약할 수 있어 식초를 몇 방울 더하는 쪽이 균형이 맞는다.
이 방법은 냉면뿐 아니라 묵사발, 김치말이국수, 냉국 베이스로도 그대로 확장된다. 핵심은 김치국물을 음식 찌꺼기가 아니라 이미 완성된 발효 재료로 보는 관점이다. 체에 거르고, 간을 맞추고, 얇게 얼리는 이 세 가지만 지키면 냉동실 속 김치국물은 여름 내내 바로 꺼내 쓰는 실전 육수가 된다.

